권리회복 나선 설치미술가 마종일 씨
2010-04-30 (금) 12:00:00
▶ “작가 생명 걸고 반드시 내 명예 되찾아야”
▶ 일하던 스튜디오 작가 형제들이 자신과 유사한 작품 발표
브루클린 스튜디오에서 만난 마종일씨는 흥분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지만, 8년간이나 함께 일했던 전 고용주(더그 앤 마이크 스탄 형제)가 자신의 작품과 너무나 흡사한 설치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한마디 항의도 못하고 지켜봐야만 했던 과정들을 말하며 목소리가 간혹 떨렸다.
“ 2008년 11월 스탄 형제의 전시회장에서 정말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내 작품과 유사한 작품을 버젓이 발표할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주권을 쥐고 있는 고용주기 때문에 변변히 항의도 못하고 울분만 삭혀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후에 더욱 심각해졌다. 스탄 형제는 2009년 3월 애모리 전시이후 본격적으로 작품 홍보 활동에 나섰다. 형제가 운영하던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마씨는 이들의 작품을 프레임으로 제작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소설가의 책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매만져 출판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정식으로 항의했고 “너희가 내 작품을 모방했다”는 말도 분명히 했다. 마씨는 얼마 뒤에 ‘경제 사정을 이유’로 해고됐다. 그리고 지난 주말 스탄 형제의 메트뮤지엄 지붕 전시는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되며 올 봄 뉴욕 미술계의 최대 화제 전시로 떠올랐다.
마씨의 작품을 보아온 동료 작가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도 안타까워할 뿐 “무명의 동양 작가 입장에서 뾰쪽한 수가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마씨의 생각은 다르다. 스탄 형제가 이렇게 유명해진 상황에서 이후의 자신의 작품 활동은 오히려 스탄 형제를 모방한 것이 되어버리는 기가 막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씨는 “너무나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생명을 걸고 반드시 내 명예를 되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고졸의 언론사 판매직원이었던 마씨는 뉴욕에 건너와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스쿨 오브 비쥬얼 아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마씨는 2008년 소크라테스 팍이 선정한 유망 작가로 선정되었다. 지난해 인천 여성 비엔날레에도 초청받고, 설치 전문 공간 로저 스미스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등 유망한 설치 작가로 떠오르고 있다. <박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