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일) 낮 12시 성십자가교회에서 특별한 미사가 열린다. ‘특별하다’는 말은 이날 선교 25주년을 기념하고 한성규 담임 신부의 사제 서품 30년, 아들인 한 다니엘(희우) 사제의 서품 2주년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한성규 신부가 한국에서 섬기면서 5명의 사제를 탄생시킨 것에 비해 미국 이민목회 17년 동안 얻은 1명의 사제는 산술적으로 적게 보일 수 있지만 ‘부자 사제’가 된 축복과 기쁨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직자로 반평생을 넘게 살아온 그에게 교회란 무엇일까?
“구원과 선교의 공동체입니다. 성공이 목표가 아니지요. 성도들은 내 안에 아기 예수로 오신 분이 자라나, 내가 예수처럼 자기 십자가를 감당하도록 성장하고, 세상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대사로 쓰임 받아야 합니다.”
한 신부는 목회 30년을 돌아보면서 ‘섬김’이란 말을 많이 했다. 리더는 하느님과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고, 목회자는 그 일에 본이 되도록 부름 받은 사람이다. 리더십이란 그 삶을 실천하는 삶이다. 정년 65세까지는 약 7년이 남아있고 원하면 72세까지 목회를 할 수 있지만 평생을 붙들고 살아온 ‘섬김’과 ‘겸손’의 목회 철학은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다.
경남 사천이 고향인 한 신부는 대학(부산대)에 다닐 때까지 예수를 믿지 않았다. 당시 세상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면 말이 안 통했다. 그러다 성공회 선교사를 통해 성당에 발을 딛게 되고 물리학 교수가 되려던 청년이 나중에는 신학대학원(세인트 마이클스)에 입학하게 됐다. 부제 서품도 받았다. 한 신부는 “유학을 보내준다는 약속이 미끼가 됐다”며 웃었지만 하늘의 부르심은 그렇게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거듭나는’ 체험은 나중 일이었다. 수사들과의 모임에서 성령을 받고 난 후 그 사랑에 감격해 몇 시간을 울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성공회는 성령운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방언이나 이적 등 피상적인 은사에 치우치는 잘못된 현상을 경계하는 것이지요. 강원도 황지에서 예수원을 운영하시던 대천덕 신부는 오래 전부터 성령을 강조하셨고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영적 멘토이기도 하셨습니다.” 개신교와 가톨릭 간 균형을 유지하고 영혼구원과 사회구원을 함께 실천하며, 말씀과 성사의 균형을 유지하는 성공회 교단의 특징은 교회 일치와 화합에 앞장설 수 있는 장점이 된다고 그는 믿고 있다.
13년간의 한국 목회를 마치고 버지니아 주교 초청으로 성십자가교회에 부임한 것은 1992년. 항상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미국에 뼈를 묻자고 생각하고 미국 성공회로 교적을 옮긴 건 2000년이다. 한 신부는 “난 이민 목회를 하며 사람됐다”고 말했다.
예수님을 소개하면서 ‘나는 망해야 한다’고 고백한 침례 요한처럼 성공, 명예란 단어들은 이제 한 신부의 사전에 없다. 없어지고, 비우고, 내려가는 일이 목회자의 역할이라는 걸 깨닫기 까지 많은 실패와 혼동과 아픔이 있었다.
“변화의 시작은 목회자입니다. 그러면 교인들이 변하겠지요. 그후 사회도 변할 것입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교우들이 ‘한 신부를 만난 후 당당한 사람이 됐다’는 말을 듣는 것. 자신있게 세상을 먼저 섬기고, 불의에 맞서고, 지역 공동체 안에서 함께 기뻐하고 아파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크리스천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성공회가 강조하는 영성의 지향점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최근 버지니아에 최영권 신부(성프란시스교회)가 후배요, 동료로서 합세해 큰 힘이 된다는 한 신부는 “교회 성장은 하나님 몫이고 나는 맡겨주신 양들을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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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