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UAE 기업에 블랙웰 칩 최대 3만5천개 판매 승인
▶ 중동 우방들, 대규모 투자·中으로 기술 유출 방지 약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사우디아라비아 투자포럼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있다.[로이터]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을 허용했다.
상무부는 19일 UAE 소재 G42와 사우디 소재 휴메인(Humain)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수출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이 두 AI 기업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 최대 3만5천개와 동등한 연산력의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을 허가받았다.
상무부는 이번 허가는 미국이 사우디, UAE와 각각 체결한 AI 파트너십 합의에 따른 것이라면서 "미국의 지속적인 AI 지배력과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중동 순방때 UAE에서 AI 관련 대규모 투자를 받는 대가로 UAE에 첨단 AI 반도체를 수출하기로 약속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산 AI 반도체가 제3국을 통해 중국 등 우려 국가로 유출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UAE를 비롯한 대다수 국가가 구매할 수 있는 미국산 AI 반도체에 상한을 설정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UAE에 대해 이런 제약을 풀어준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관련 논의가 지연되면서 미국 정부의 AI 반도체 수출 허가가 이날에서야 이뤄졌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UAE가 약속한 투자를 먼저 마무리해야 수출 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허가가 늦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우디도 UAE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산 AI 반도체 수입이 제한됐지만, 미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합의를 끌어냈다.
미국과 사우디는 AI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이는 미국 기술을 외국의 영향력에서 보호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사우디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백악관이 전날 팩트시트에서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허가받은 사우디 AI 기업 휴메인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업체 xAI 및 엔비디아와 협력해 사우디에 50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중국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우디와 UAE 각국과 수개월 협상한 끝에 수출 허가를 결정했다.
예를 들어 민감한 기술이 미국의 적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이 이번 합의에 포함됐다고 소식통들이 블룸버그에 전했다.
상무부는 이번 허가의 조건으로 두 기업이 엄격한 보안 및 보고 요건을 준수하기로 했으며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이 준수 여부를 감시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산업안보국은 군사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국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수출통제 정책을 담당한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최신 AI 반도체의 대중동 수출을 허가함에 따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 때 약속한, 대한국 최신 AI반도체 판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젠슨 황 CEO는 지난달 방한 계기에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 등 한국 기업에 총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한국에 공급키로 한 GPU 26만장의 경우 최신 'GB200 그레이스 블랙웰'이 다수가 될 것이라고 엔비디아 측이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방영된 CBS 시사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블랙웰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공급할지 여부에 대해 질문받자 "막 나온 새 블랙웰은 다른 모든 반도체보다 10년 앞서 있다"며 "다른 사람들(국가)에게 그것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의 블랙웰 구입에 변수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주로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