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스토랑 이야기/ 카페 데 아티스테스(Caf Des Artistes)

2009-07-2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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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녹음이 햇살에 눈부시게 부서지는 센트럴 팍. 몸과 마음이 푸르름에 씻겨 내려가는 듯 하다. 어디선가 요정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향긋한 꽃 향기에 발길이 이끌려 들어간 곳은 작은 정원. 물 위에 눕고 꽃과 나무 향기에 취해 있는 님프들이 행복하게 웃고 있다.

춤추고 노래하며 서로에게 장난치고 있는 아리따운 요정들. 서른 여섯 명의 님프들은 금방이라도 벽화 속에서 뛰어 나와 귓가에 속삭일 것만 같다. 내가 그리스 신화 속으로 들어 간 것일까, 님프들이 현실 세계에 놀러 온 것 일까. 나체의 님프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마저 헐벗은 것 같아 연신 옷깃을 여미게 된다. ‘사랑스러운 님프들이여. 그대들의 보금자리 카페 데 아티스테스(Caf Des Artistes)에 들르러 왔어요’.그리스 신화 속을 걸어 들어가는 것 같다.

‘카페 데 아티스테스(Caf Des Artistes)’에서는 당신도 신화의 일부이다.1917년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자화상 그림 전문가로 유명했던 하워드 챈들러 크리스티(Howard Chandler Christy)의 님프 벽화로 유명하다. 1934년 첫 작품을 완성하기 시작한 벽화는 ‘앵무새 소녀, 그네 타는 소녀, 레옹 연못, 가을, 봄, 젊음의 샘’ 의 여섯 가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카페 데 아티스테스는 예술가들의 천국으로 여겨지던 곳이다. 그들이 목을 축이고 마음을 녹아 내며 머무르던 옹달샘 같은 장소였다.


제가 웃고 있는 듯 보이지만 웃는 게 아니에요…… 하늘을 나는 듯 유유히 춤을 추고 있는 님프들. 세상 걱정 없는 듯 보이는 이 요정들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벽화의 중간 중간에 거울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960년대에 벽화의 권리를 두고 입주자와 건물주 사이에서 일어났던 분쟁의 흔적이다. 대부분의 벽화는 레스토랑에 남아 있지만 고정물이 아
니었던 벽화 몇 개를 입주자가 가져가고 그 자리를 거울이 대신하고 있단다.
온 몸이 찢겨지는 아픔, 친구를 잃어버린 슬픔- 세월이 남겨 놓은 상처를 묵묵히 감내해온 님프들은 성숙함마저 풍기고 있다.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 갔던 카페 데 아티스테스를 헝가리 난민이자 홀로코스트 수용소의 생존자였던 조지 랑(George Lang)이 부활시켰다. 전직 바이얼리니스트였던 조지 랑은 1946년 뉴욕으로 건너와 1975년 이 레스토랑을 인수하였다. 30대에는 셰프이자 호텔의 연회담당 매니저로, 40-50대는 국제적인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60대 이후부터는 카페 데 아티스테스의 경영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18개의 나라에 200여 개의 레스토랑을 오픈 시키며 ‘미식계의 지휘자’로 불린다. 조지 랑의 지휘 아래 춤추는 님프들의 사랑스러운 무도회. 그 신화 속의 맛있는 한 페이지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차승희(음식전문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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