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십자각] 괴짜를 찾는 기업들

2026-04-16 (목) 12:00:00 서지혜 서울경제 테크성장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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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인(neurodivergent)은 뇌의 정보처리 방식과 인지 특성이 다수와 다른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다. 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스펙트럼, 난독증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팰런티어테크놀로지스의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공지능(AI) 시대에 살아남을 인재로 숙련 기술직과 신경다양인을 꼽았다. 실제로 팰런티어는 패턴 인식, 비선형적 사고, 강한 몰입 등 신경다양인의 특성을 경쟁의 원천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신경다양인 펠로십’이라는 특별한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카프 CEO는 난독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팰런티어의 이런 경영 방침을 경영자 개인의 특성에서 비롯된 예외적 사례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그런 해석은 협소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부터 신경다양성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이를 통해 채용한 인재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운영체제 윈도, 게임 플랫폼 엑스박스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SAP 역시 자폐스펙트럼 인재 채용 프로그램인 ‘직장에서의 자폐 포용’을 16개국, 240명 이상 규모로 확대하며 기존 채용 시스템이 걸러낸 인재를 발굴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신경다양인을 경영전략으로 활용한다. JP모건체이스는 신경다양성 채용 인력은 같은 직군의 다른 직원들이 3~6개월 걸리던 업무를 3~6주 만에 완성하는 성과를 보였고 오류율도 낮았다는 통계를 공개한 바 있다. 세밀한 주의력과 패턴 인식, 반복 업무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이 정확성을 요구하는 기술 직군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가 난독증 때문에 숫자를 외우기 힘들어 제품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케아의 상징이 됐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이처럼 신경다양인의 특성은 어떤 환경에서는 약점이지만 다른 환경에서는 혁신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AI 전환을 외치는 한국에서 신경다양인은 여전히 ‘다른 방식의 재능’이 아니라 ‘고쳐야 할 문제’로 여겨진다. 매체에서 ADHD는 ‘산만함과 충동성’으로, 난독증은 ‘학습 부진’으로만 소비된다. 기업들의 관심도 신경다양성을 활용하기보다는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채우는 데 머문다.

기업의 채용 방식은 교육에도 스며든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의 총량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몰입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에서 나온다.

<서지혜 서울경제 테크성장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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