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연출자인 안병구 감독과 아메리카 발레 씨어터ABT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은영 남매가 9월 17일부터 이스트빌리지 라마마 극장에서 옴니버스 뮤지컬 ‘데이스 앤 나잇(Days & Night)’을 펼친다. 이번 공연에는 안톤 체홉의 단편을 안 감독이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과 안은영씨가 안무한 무용극, 그리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명훈씨 작곡의 이문세 히트곡을 주제로 만든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무대에 오른다.
한국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극작가 동랑 유치진의 외손자이며 ‘하멸태자’의 원작자인 연출가 안민수(동국대 석좌 교수)의 아들이기도 한 안병구는 연극집안의 3대로 태어나 연극인으로서 가업을 잇고 있는 연출가다. 현재는 라마마 극장의 이사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광화문 연가’는 지난해 안 감독이 한국에서 제작을 추진하다가 저작권 문제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던 작품으로 이번 공연이 초연이고 비록 20분 분량의 짧은 작품이지만 무용가 안은영의
뉴욕 안무 데뷔작이 오르는 셈.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공연이지만 안 감독은 “무엇보다 뉴욕의 재능있는 한인 예술가들과 계속 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였다”고 밝혔다.
애초에 안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인 안민수 교수가 32년 전 미국과 유럽에 소개 해 격찬을 받은 ‘하멸태자’를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재구성해 공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40만 달러의 예산을 약속했던 투자가 갑자기 중단되면서 이번 공연을 대체작으로 준비하게 됐다. 인종과 관계없는 공연이었기에 다국적 오디션을 실시했던 그는 오디션 참가자중 한인 성악가들이 가장 실력이 월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LA와 뉴욕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안 감독은 “뉴욕에 재능있는 한인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아예 한인이 주도하는 아시안 전문 극단을 운영해 볼 욕심이 생겼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참여한 스탭과 배우들을 일종의 고정 멤버로 하고 계속해서 아시안 탤런트들을 육성
해 라마마를 비롯한 뉴욕의 무대에 소개하는 비영리단체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최미선, 작곡가 이진미, 장희선, 조명 크리스 브라운, 무대 조세 호 등이 공연에 참여한다.
안 감독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삼성 문화재단의 맴피스트 1기로서 미국 UCLA에서 연극 연출로 2000년 MFA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미국, 유럽에서 십 여 개의 오페라 프로덕션의 연출로 활동하면서 서양의 오페라에 동양 미학을 접목하는 현대적 시도를 통해 주목받았다. 2008년에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로 한국의 비보이 공연을 뉴욕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박원영 기자>
안병구 감독이 연출했던 뮤지컬 작품 ‘조크’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