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석 정신과 전문의
문의: 저의 열아홉살된 아들이 대학에 다니다가 지난 학기에 낙제를 하더니 학교에 가기 싫고 일이나 하겠다고 집에 와 있습니다. 그렇다고 직장 구할 생각도 하지 않으며 집에 앉아서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습니다. 밤새고 게임을 하고는 낮에는 잠만 자고 있습니다.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없으며 정신과에 가서 상담 좀 해보자고 하면 미친놈 취급한다고 화만 냅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공부를 무척 잘하고 대학교도 일류대학에 갔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답변: 컴퓨터 게임 중독은 청소년들한테서 많이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정신과에서는 지금 이 문제를 충동억제 장애(Impulse control Disorder)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강박신경증에 넣어야 된다는 의견도 있어 학자들간에 의견일치를 못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 정신과 연차 학술대회에 다녀왔는데 거기에서도 이 문제가 크게 다뤄졌습니다. 이
문제는 세계 방방곡곡 청소년들한테서 볼 수 있는 문제라고 하는데 놀라운 것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이 컴퓨터가 가장 많이 보급된 나라임을 볼 때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컴퓨터 게임 중독은 독립된 병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여러 가지 다른 병들이 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즉 이 증상 밑에 깔려있는 병을 찾아내어 치료하는 것이 근본치료가 됩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병들은 우울병, 불안병, 정신분열병, 조울병, 강박신경증, 정신집중 장애증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중독증 외에 어떤 다른 증상들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불면증, 식욕감퇴, 의욕상실, 말을 조리있게 하는지, 혼자 지껄이거나, 혼자 웃거나 하는지, 화를 잘 내는지, 등의 증상의 일부가 대부분의 경우 같이 있을 것입니다. 근본 치료는 정확한 진단을 부쳐서 거기에 합당한 치료를 하는 데에 있습니다. 진단이 붙는 어느 병이거나 합당한 약물치료는 꼭 겸해서 하며 정신치료도 겸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정신병들이 청소년 시기에 발생하며 이 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결국은 어떻게 해서든 정신과 의사한테 꼭 진찰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