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中안보당국, ‘출금’ 중국계 美공무원에 미군 복무경력 캐물어”

2025-07-21 (월) 08: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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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美외교전문 입수해 보도…국무부 “사안 신속해결 위해 中 당국과 소통”

중국 여행을 갔다가 출국을 금지당해 미국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계 미 연방정부 직원이 현지에서 중국 국가안전부의 강도 높은 감시와 추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부는 특히 이 직원의 미군 복무 경력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미국 외교전문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직원은 미 상무부 산하 특허상표청(USPTO) 소속으로, 지난 4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쓰촨성 청두에 방문했다가 출국 금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출신 귀화자인 그는 미국 육군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다.

NYT가 입수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이 직원은 지난 4월 14일 청두에서 국가안전부 요원들에게 여권, 신용카드, 휴대전화, 아이패드를 압수당했다. 이들은 같은 달 22일 여권을 돌려주면서도 그에게 출국 금지를 통보했다.

이 직원은 요원들의 신문도 받았다. 이들의 질문은 USPTO 업무보다는 미군 복무 경력에 상당히 집중돼 있었다고 한다.

외교전문에 따르면 이 직원은 자신이 중국의 한 원자력 연구소에서 신입직으로 일한 경력과 푸에르토리코의 대학에서 공학 관련 대학원 과정을 밟은 것, 미 육군 복무 당시 블랙호크 헬기 정비 업무를 맡은 일 등을 요원들에게 설명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베이징 미국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과 외교안보 당국자가 지난 5월 1일 청두를 직접 찾아 이 직원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이 직원 주변에는 많은 감시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고 한다. 미국 고위 외교관은 같은 날로 예정된 이 직원의 국가안전부 면담에 동행할 예정이었지만, 해당 면담은 연기됐다.

그 이튿날 대사관 측은 이 직원을 대동하고 항공편으로 베이징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도 중국 요원들의 감시는 이어졌다. 비행기 안에서는 짐 없이 앞좌석에 앉은 한 남성이 이들 일행을 계속 주시하는 것으로 보였고 한다.

이들은 베이징에 도착해 미국 대사관 인근 임시숙소와 가까운 한 식당에 앉아있을 때도 누군가로부터 사진 촬영을 당했다고 외교전문은 전했다.

전문은 해당 직원이 "자신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점점 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청두에 거주하고 있는 자신의 중국 국적 가족들의 안전과 보안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올해 5월 2일 자로 표기된 이 외교전문은 주중 미국 대사관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에게 발송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국 정부도 중국을 방문한 USPTO 직원의 출국 금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 사안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최대한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중국 당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직원의 이름이나 그가 현재 구금 상태인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NYT는 중국 당국은 수년간 출국 금지 조치를 통해 수십명으로 추산되는 미국인들의 출국을 막아왔다며 대체로 중국계 미국인이 이 조치의 대상이 돼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자인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동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며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중 관계가 불안정한 시점에 나왔다"고 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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