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정부 이민 감사에 미국 기업들 ‘서류 지옥’

2025-07-21 (월) 0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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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이민자 추방 명목으로 고용문서 감사 확대

▶ 기업들 서류작업 ‘홍수’…사소한 실수에도 벌금·형사고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불법이민을 적발하려고 고용 서류 점검을 확대하면서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서류 업무의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미국 기업이 임직원을 고용하려면 미국 내 취업 자격이 있음을 확인하는 'I-9'이라는 양식의 서류를 작성·제출·보관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특히 감사를 받는 고용주들은 사흘 내로 현재 소속 임직원 전원의 I-9과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상자에 체크 표시를 하는 것을 잊어버린 정도의 사소한 오류가 발견돼도 최소 2천861달러(396만원)인 벌금이 건당 부가될 수 있다.

벌금 합계액이 수백만 달러로 올라가고 기업 임원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난 4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콜로라도주 덴버 소재 3개 기업에 무자격자 취업을 이유로 800만 달러(11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달에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한 기업의 총지배인이 취업 자격이 없는 불법체류자를 채용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고 1년간 보호관찰형을 받았다.

구직자 신원조회 전문 업체인 버티컬 스크린의 법무팀에서 일하는 존 매지오 변호사는 "더 나빠질 수가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었는데,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고용주들의 불안이 매우 심해진 계기는 지난 5월 ICE가 몇몇 워싱턴DC 소재 음식점에 요원들을 직접 보내 현장에서 I-9 감사를 개시한 일이 꼽힌다.

이런 감사 일정은 보통 사전에 우편이나 이메일로 미리 통보하는 것이 관례였다.


트럼프 1기 집권기에도 I-9 감사 건수가 치솟았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막판인 2017년 초에 대비해 2019년 감사 건수는 374%가 증가했다.

ICE는 여전히 범죄 전과가 있는 불법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고 있으나, 고용주들에 대한 I-9 감사도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I-9 서류 양식은 4페이지짜리이며, 작성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미국 이민국(USCIS)은 작성 요령을 설명하는 8쪽짜리 매뉴얼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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