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련화

2009-04-26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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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이라지만,
난 그래도 했다.
설마, 그러나 무참히도
도적 맞은 목련화!

나는 저 도적을 찾아
나서야겠다.
바람이 진범인 것 같다, 그런데
바람은 자기가 진범이 아니란다.

나는 더욱 화가 났다.
진범을 찾아 나선 이몸,
손과 발이 다 닳도록,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바람되고 구름 되어,
저 진범을 찾을 때까지
오대양 육대주를
샅샅이 뒤지련다!

산책길 외딴 골목길가에 우뚝 선 목련. 해마다 부활절이 지나면 그 목련화(木蓮花)도 지나간다. 아기 손톱같이 작은 속눈썹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 불과 이십여 일! 그런데, 오늘은 벌써 매서운 바람의 날쌘 칼날에 무참히도 전멸당해 버렸다. 나는 몹시 화가 났다. 이 어떤 도적의 소행인가, 범인을 잡아서 한번 혼을 내줘야겠다. 때마침 모질게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도적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바람은 자기가 진범이 아니라니! 나는 기어코 진범을 잡아, 저 가엾은 목련의 원수를 갚고야 말테다! 굳은 결심을 하고 산책을 계속했다.

박창호
공인세무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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