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성향이 보수라면 이런 체제에 내재해있는 모순 등을 근본적이고 급진적으로 개혁해 나아가려는 기치가 진보라 말할 수 있다.
진보가 보수를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도덕적 우월성이다. 이처럼 청렴해야 할 진보 성향의 단체나 정치권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돈, 권력, 명예와 같은 세속적 가치와 향락에 바르게 서지 못하면 보수의 내재적 모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분단의 결과로 이념적 보수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진보 성향의 정당이 두 번씩이나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국민들이 그들의 도덕적 우월성과 민주화 투쟁 등 스스로의 공과를 인정하고 진보 성향 단체들의 반부패 투쟁 캠페인이 국민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었던 결과일 것이다.
이런 이미지의 진보 단체들이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행, 대기업 노조 간부의 공금 횡령과 수뢰 사건, 가장 강력한 환경 단체의 알선 수재 의혹 등이 그것이다.
건전한 진보 성향의 단체까지도 부정적 이미지로 확산되는 와중에 깨끗한 이미지로 신망을 받아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뢰 의혹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큰 허탈감을 느껴지게 한다.
아직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고백한 결과만 해도 최소한의 도덕적 이미지를 기대하는 것마저도 욕심일 듯싶다.
일부 진보 단체 간부들은 이정도의 비리 의혹이야 보수 단체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진보 단체들의 그것들만 침소봉대하는 것은 보수 세력의 공작이라고 억울해 한다. 그러나 똑 같이 잘못을 해도 진보 쪽이 더 욕을 먹을 수밖에 없음은 그들이 도덕적 우월성을 존립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들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마치 예수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이 똑같이 잘못을 해도 예수 믿는 사람을 더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해선 건강한 가치와 질서를 지키려는 보수가 있어야 하듯 구조적 모순과 병패를 개혁하려는 진보도 있어야 할진데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본다면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이 없는 한 존립 가치를 주장하기에도 어려워 보인다. 진보 단체들이 도덕 재무장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차제에 보수 성향의 정치권에서 진보 성향의 정치권에만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자신들의 행보엔 침묵, 내지는 눈을 감아 버리면 상대편의 잘못을 아무리 외쳐도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권 출범 1년,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일들을 뒤돌아보면서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