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찌 감히 내가...

2009-04-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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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움켜진 짐이 무겁다고 투덜거릴 때
못 자국이 선연한 손

당신의 손을 내게 보여 주소서

내 걸음이 휘청거릴 때
당신의 곁을 떠나버리고 싶을 때
십자가에 상하셨던 그 발


당신의 발을 내게 보여 주소서

삶의 고뇌가 나의 탄식을 자아낼 때
당신의 가슴 찔린
상처를
내게 보여 주소서

당신의 계명이 무겁게 내 몸을 짓누를 때
당신이 넘어지면서 지고 가던
당신의 십자가를 보여 주소서

힘들어 지쳤다고
어찌 감히 내가
내 손과 내 발을
당신께 보이리까.


이은애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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