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의 눈물
2009-04-09 (목) 12:00:00
따스한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온통 만발한 벚꽃과 개나리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 4월이다.
세계의 경제불황으로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김연아 양의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우승은 한국 국민, 해외동포는 물론 전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모두가 연아 양이 세계 신기록으로 세계정상에 서는 놀라운 연기에 탄성과 함께 경이로운 시선을 보냈다.
밖에 나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LA 경기장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시상대에서 감격어린 연아 양의 눈물을 TV로 지켜보며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연아 양은 지난날 고된 훈련의 연속, 스케이트 고장, 잦은 부상 속에서도 3전4기 끝에 피겨 여왕이 되었다. 그 어린 나이에 정신적인 굴레, 육체적인 굴레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연민의 정이 간다.
연아 양은 코르사호프의 발레곡을 배경으로 뛰어난 점프, 부드러운 테크닉으로 황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며 세계무대 마(魔)의 벽을 넘었다. 그녀는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시간과 예술의 조화로 200점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역시 세계의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로 뭔가 다른 듯 했다. ‘피겨후진국’ 한국선수를 향한 편견에 맞서 그녀는 최고의 자리에 등극했다. 그녀는 때로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원망했다고 한다. 자랄 때는 지독한 연습벌레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연아는 화가 나면 스케이트 날로 얼음을 찍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선생은 빙판주위를 100바퀴 돌라고 벌을 주었다 한다. 연아는 선생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100바퀴 돌기를 마쳐 지도선생이 그냥 질려버린 일화가 있다고 한다. 자기 할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하고 마는 똑순이 기질이 어린 시절부터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이 가녀린 소녀는 한국을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은반의 여왕이 되었다.
그녀의 우승소식은 척박한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가슴을 후련하게 씻어주는 카타르시스였다. 인생은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서 현재와 미래가 달라진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얼마나 많은 굴레 속에서 눈물을 흘릴 때가 많은가. 물론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도 있지만 슬픔의 눈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굴레가 없는 삶은 인생에 발전이 없다고 한다. 때로는 계절이 바뀌며 눈, 비가 올 때는 괜히 눈물이 난다. 우리 손주 귀여운 얼굴 모습에 기쁨의 눈물도 나고 이제는 감동의 글, 지인들의 편지를 보고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많다.
눈물은 거짓 없는 진실의 감정 표현이라고 한다. 나 자신도 누구나 겪는 삶의 굴곡이 있었기에 강산이 변하며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다는 그 자체에 너무 감사할 뿐이다. 연아 양의 감격어린 눈물을 지켜보며 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채수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