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낭 소리

2009-03-3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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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이제 들리지 않는 소리
머-ㄴ 기억 속 추억의 메아리 되어
바람에 파란 하늘로 날아가 버린 소리

새벽어둠 쫓으며
사립문 나선
워낭소리

멍에에 쟁기 멘 황소에
이랴, 워워-
구릿빛 주름진 이마
허리 굽은 촌로의 느린 소리에
쟁기 끄는 황소의 워낭소리


사박자 트로트 보다 느린 걸음 뗄 때마다
목 밑 워낭이
딸랑~ 딸랑~
녹슨 소리,
순박한 가쁜 숨소리
밭이랑 이랑에 묻힌다

저녁연기 마을 덮는
땅거미 저녁놀 삼키는 이내
늘어진 고삐에
촌로의 장수연 연기에 말아
느리게 느리게
힘들게 지쳐
사립문을 들어서던 워낭소리

기계문명이 갈아엎어
잊혀진 고향의 워낭소리
겨울을 밀어낸 봄들에도
이젠 들을 수 없는 한국의 소리

아직
마음에 들리는 정겨운 워낭소리
그리운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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