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소, 청우법사
2009-03-31 (화) 12:00:00
상심한 별이 술잔에
진다.
인환님의 버지니아 울프가
‘등대에’를 노래할 때
슬픈 곡조로 들리우는
내 부음 소리를 듣는다.
총총 걸음으로 뒷모습을 보이며
끝내 뒷 산 속으로 사라져 버린
그대,
청우.
잘 익은 감같은 웃음으로
우리의 어깨를 늘 따뜻하게
덥혀주던 그대,
청우.
사랑의 배신자처럼
그리 매정하게도 우리 곁을 그만 떠나버렸는가!
죽은 자에 대한 동경이
우르르 밀려가
바닷가 바위에 부서지듯
나의 그대를 향한
슬픈 연가가 이리도 산산히
허공에 부서져 내리는구먼, 그려.
큰 별이 지는 즈음에
자네는 사라지게 되니
어느 눈 밝은 자도
자네의 죽음을 눈치채지도 못하더니
자네의 가심은
어찌 그리 나의 길인듯
미리 보여주는 듯,
이리
가슴이 져미네
마음이 짠하네.
청우!
우리 또 다시
좋은 법우로 만나
이 생에 다 나누지 못한 법거량이나
다시 한 번 나누어 보세.
이리
두 손 모아
그대의 짧은 인생 살이를
내가 계산하여 끝내노니
안심하고
가서
내 앉을
아랫목 미리 차지해 놓게나!
잘 가소, 청우!
우리 모두는 자네를 몹시도 사랑했더라네.
잘 가소, 청우!
남은 자네 토끼같은 새끼들과
젊고 이쁜 각시일랑은 우리 품에 남기고
안심하고 가소, 그려.
먼 길.
여기 노자돈도 넉넉히 담았네.
편히 가소, 내 친구,
청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