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내의 회갑연

2009-03-2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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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팔 메릴랜드 한인세탁협회장

봄기운은 완연한데 경기는 풀리지 않고, 오래고 고된 이민생활에서 흘러간 세월 속에 나이는 늘고 몸은 늙어 더더욱 힘들어만 지는 것을, 어깨의 짐을 이제 벗나 하면 어느새 올라앉은 세월의 짓누름은 웬만한 약으로는 치료도 안 되는 것을 많은 분들은 이미 경험하시고 돌아보며 후회하신 적도 있으실 겁니다.
새벽 별을 보며 집을 나서 온종일 잰 걸음으로 뛰듯 함께 일을 하고 저녁 달무리와 함께 돌아오는 일상은, 미국 땅을 밟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돌아보고 바라보면 안쓰럽기가 그지없는, 참으로 되풀이하고 싶지 않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난 일입니다.
이제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 아련한 안쓰러움이 먼저 느껴지도록 늘어난 잔주름과, 어느새 희어버린 머리숱은 지금까지 큰 아픔 없이, 큰 사고 없이 지나온 것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너무도 부족합니다.
다 큰 자식들이 건강하고 제몫을 하며 열심히 사는 것 또한 바라보는 기쁨은 있지만, 우리 자신의 변해버린 모습을 감추고 아이들의 모습에서 지난날의 우리의 모습으로 리와인딩하여 보는 것도 행복이겠지만, 사랑과 믿음, 그리고 소망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을, 우리의 영혼을 살린 아내의 손길은 첫 만남에서 느꼈던 그 따스하고 부드러움 그대로 인 것을 나는 느낍니다.
나에게 있어, 우리 가족에게 있어, 늘 한결 같은 등대와 같은 아내며 어머니인 당신의 회갑에 나와 우리 가족의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의 아내에게도, 어머니께도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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