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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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영화 ‘Knowing’ 주연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2009-03-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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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으로 사람 쏘는 영화는 이제 싫어”

지난 20일에 개봉된 지구 종말에 관한 액션 스릴러 ‘노잉’(Knowing)의 주연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45)와의 인터뷰가 지난 7일 뉴욕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있었다. 회색 정장 차림에 소금과 후추색깔이 섞인 턱수염을 한 케이지는 질문에 시종일관 차분하게 답했다. 거의 유머 없이 답하는 그의 태도가 마치 도사의 분위기마저 느끼게 했다.


-당신은 계속해 영화에 나오고 있는데 영화 선택의 조건은 무엇인가.

▲앞으로 개봉될 영화로는 ‘배드 루테넌트’(Bad Lieutenant)와 ‘마녀의 계절’(Season of the Witch) 및 ‘킥 애스’(Kick Ass) 등이 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마법사의 제자’(Sorcerer’s Apprentice)의 제작에 들어간다. 요즘의 나는 총으로 사람을 쏘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가 않다. 영화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녔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영화를 보기 때문에 나는 요즘 재미와 함께 생각도 하게 만드는 공상과학 영화를 통해 나를 표현하려고 한다.


-당신은 과학자로 나오는데 당신의 내면에 과학자적인 성질이 있는가.

▲내가 6학년 때 가장 좋아한 선생님이 과학 담당이었다. 그 때 그가 낸 문제를 난 풀긴 풀었는데 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내가 과학적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A를 줬다. 그로 인해 나는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런 이유로 해서 이 번 역도 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당신의 신비에 대한 견해는.

▲나는 훌륭한 신비를 좋아한다. 삶은 놀라움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안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지루할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지가 않다.

-당신은 여태껏 여러 형태의 인물을 맡았었지만 시리얼 킬러로는 나오지를 않았는데.

▲현재로선 쾌감을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역은 하고 싶지가 않다.

-벌써 당신의 연기 경력이 30년이 되는데 소감은.


▲직업적으로 연기한 것이 15세 때였다. 내가 배우가 된 것은 제임스 딘 때문이었다. 30년이 되었지만 아직 아무 것에서도 안락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늘 자신을 안락한 지경에서 다소 밀어내야만 새 목소리와 다른 비전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고 결혼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가.

▲나는 결혼을 믿는다. 내가 세 번이나 결혼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나의 상대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결혼은 신성한 것이다. 그 것은 맹세다.

-파파라치들을 어떻게 피하는가.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내 영화의 팬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문제는 태블로이드와 스캔들성 기사다. 이들은 나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에게도 해를 미치기 때문에 다루기가 힘들다.

-당신은 언제나 옷을 잘 입는데.

▲잭 니콜슨한테서 배웠다. 그는 늘 옷을 잘 입어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처럼 점점 더 단순하게 스타일을 가꾸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계절에 맞춰 옷을 갈아입으려고 한다. 그것은 계절을 찬양하는 것이다.

-다른 지구 종말 영화는 끝에 가서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반면 이 영화는 정말로 세상이 끝나는데.

▲이 영화가 다른 세상 종말 영화와 다른 점은 이 영화에는 강한 정신적 중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 점이 바로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얘기할 부분이다. 그리고 영화의 끝은 긍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최근에 집에서 아내와 함께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괴물’을 재미있게 봤는데 아주 잘 만들었다. 아내(앨리스 김은 한국인으로 둘 사이에는 세 살난 아들 칼-엘 코폴라가 있다)는 그 밖에도 삼각관계 영화를 보는데 난 별로다.

-여러 편의 속편에 나오는 이유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확실성을 원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 사람들은 자기가 쓴 돈에 대한 확실한 대가를 원한다. 그들은 속편에서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어느 한 영화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고 또 가족들이 함께 가서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면 만들기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소피아 코폴라를 비롯해 가족들과는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가. 당신이 소피아와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소문이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너무들 바빠서 자주 만나지를 못한다. 프랜시스 (코폴라-케이지는 프랜시스의 조카)는 그동안 아프리카에 있었고 소피아는 지금 파리에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두 모여 스파게티를 먹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여러분의 상상이다.

-당신은 대단히 공적인 세상에서 묘하게 사적인 삶을 잘 유지하고 있는데 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내 사적인 삶을 각광의 밖에 두고 싶다. 나는 각광을 받기 위해 배우가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역을 연기하기 위해 배우가 된 것이지 상을 받거나 또는 비평가와 파파라치를 위해서 배우가 된 것이 아니다. 나는 나와 대중을 위해서 영화를 만든다.

-당신의 영화가 혹평을 받거나 흥행에 실패할 경우 어떻게 느끼는가.

▲흥행 성공은 나와 영화산업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래서 내 영화가 흥행이 안 되면 염려가 된다. 그러나 나는 정말로 비평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나는 상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을 안 쓴다.

-당신은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나는 보다 많은 음표를 지닌 교향곡과도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진실하면서도 수수께끼와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답 대신 사람들이 질문을 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내가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에 대해 보다 조심하려고 한다.

-당신은 무엇에 대해 정열적인가.

▲정열은 많은 잘못을 만들 수 있기에 나는 가급적 덜 정열적이려고 애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아이들과의 내 개인적 삶이요 다음으로는 자연과의 접촉이다.

-영화에 나오는 제7번 베토벤 교향곡은 누가 골랐는가.

▲나는 베토벤 팬이다. 이 교향곡은 가장 감정적이요 시적이며 또 지극히 아름답다. 이 음악이 아직까지 영화에 쓰인 적이 없어 내가 감독 알렉스(프로야스)에게 제안해 쓰게 됐다.

-당신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는가.

▲난 요리는 잘 못하지만 접시 닦는 일은 잘 한다.

-당신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가.

▲‘반지의 제왕’은 정말 훌륭한 영화다. 나는 좋은 극적 연기가 있는 인물과 성격위주의 영화를 좋아한다. 가능하면 다양하게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최근에는 여러 나라에서 일하는 바람에 영화를 많이 못 봤다.

-당신은 7년 전에 ‘소니’(Sonny)라는 영화를 감독했는데 다시 감독할 생각은 없는가.

▲그동안 시간이 없었다. 감독 경험을 즐겼기 때문에 다시 그 일을 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긴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당신은 영화의 역을 집에까지 가지고 가는가.

▲아니다. 난 집에 오면 가족과 함께 지낸다.

-당신은 얼마 전 뉴욕으로 이주를 했는데 캘리포니아와는 아주 인연을 끊었는가.

▲결코 안 돌아간다는 말은 안 하겠다. 그러나 지금 나는 미 북동부와 영국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이곳들은 역사와 계절을 갖고 있다. 자연과 계절은 위대한 교육가라고 생각한다. ‘불만의 겨울’은 겨울이 없었다면 쓰여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LA에 대해서 나쁜 말은 안 하겠지만 난 이제 그 곳에서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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