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흰 구름
2009-03-26 (목) 12:00:00
오, 보라!
흰 구름은 또 저렇게,
잃어버렸던 아름다운 노래의
끊어질듯 말듯 하는
멜로디와도 같이,
창공을 멀리 멀리
흘러가고 있다!
나그네의 긴 여정에 있어서,
방랑의 온갖 괴로움과 슬픔을
샅샅이 맛본 사람이 아니고는
저 구름의 마음은
모르리라!
-헤르만 헤세
일찍이 작가를 꿈꾸었던 헤세는 1877년 7월 2일 출생해서 1962년 8월 9일 85세를 일기로 작고했는데, 한때 신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가출하여 공장 노동자로 전전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어떤 서적상에서 점원으로 일할 기회가 있게 되어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마침내 작가가 된다. 20세 때 처녀작 ‘낭만의 노래’, 산문집 ‘한밤중의 한 시간’, 장편 ‘페터 카멘친트’를 연달아 발표하고 30세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레바퀴 밑에서’를 간행하게 된다. 헤세는 동양의 노자, 공자, 역경에도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데 그때 그가 저술한 장편소설 ‘유리알 유희’는 동서양의 기운이 통합을 이루어가는 대작으로 인정받아 드디어 1946년에는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된다.
헤세는 한때 교회를 떠난 일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그는 계명이 너무 답답해서였다고 술회한다. 계명이 답답해서 교회를 뛰쳐나간 헤르만 헤세, 그러나 지상에서 그가 안주할 수 있었던 곳은 오직 교회뿐이었다. 다음의 ‘기도’ 라는 제목의 시는 이런 차원에서 그의 신앙고백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하나님, 저를 절망케 하소서. 당신에게가 아니라 제 자신에게 절망케 하소서. 미친듯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라고 그는 노래했다. 일시적이나마 교회를 등져야했던 헤세, 그러나 그는 당신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해 절망케 해달라고 기도했다. 헤르만 헤세의 고독과 낭만! 나도 헤세처럼 낭만과 고독의 시를 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박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