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백만장자’의 현장인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 세계 최대의 우범지역 중 하나다.
골든글로브 작품상
“빈민가 가난·범죄와 부패 등 추한면 부각”
현지 비판론 많지만 관심많아 빅히트 예감.
올해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드라마 부문)을 받고 또 올해 작품과 감독상 10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슬럼독 백만장자’(Slumdog Millionaire)가 지난 22일 인도에서 개봉되면서 일부 인도인들에 의해 인도의 추한 면만 들춰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뭄바이 달동네 고아소년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거액의 현금과 함께 잃었던 첫 사랑도 되찾는 내용의 이 영화가 인도의 불결함과 가난과 부패 등을 부각시키는 외국인들의 틀에 박힌 시각의 소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뭄바이의 한 대학교수는 “이 영화는 백인들이 상상하는 인도”라며 “빈민지대 관광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영화를 감독한 대니 보일은 “나는 자신들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생의 기쁨을 구가하는 뭄바이 시민들의 경탄할 만한 생활력을 묘사하고자 했다”고 대답했다.
뭄바이(전명 봄베이)는 슬럼과 국제적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최고급 호텔과 식당이 공존하는 곳으로 이 영화가 지난 11월 하순 미국에서 개봉되기 불과 며칠 전에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아 세계적 뉴스거리를 제공한 바 있다.
또 이 영화에 대한 비판자들은 감독과 각본가가 모두 영국인이고 미국과 유럽 자본으로 제작되고 배급되는 이 영화가 과연 진정한 인도영화냐 하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슬럼독 백만장자’는 모두 영국인들인 대니 보일과 사이몬 보포이가 각기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배급은 폭스서치라이트와 워너브라더스가 공동으로 하고 있다.
반면 이 영화의 원전은 인도의 외교관인 비카스 스와루프가 쓴 소설이고 두 남녀 주인공들인 데브 파텔과 프리다 핀토를 비롯한 배우들은 모두 인도인이거나 인도계 외국인들.
이런 비판에 대해 영화 ‘엘리자베스’(1998)를 감독한 인도인 셰카르 카푸르는 “이 영화는 명실공히 인도영화”라며 “실제로 많은 인도영화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외국인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영화에 대한 옹호론에도 불구하고 ‘슬럼독 백만장자’는 범죄와 집단 앵벌이와 매춘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췄다는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인도 전문가들은 “인도가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게 되자 인도 국민들은 조국의 추하고 더러운 부분을 감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에 대한 찬반론과 관계없이 이 영화는 인도에서 빅히트할 것이 예상되며 많은 인도인들은 이 영화가 오는 22일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