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을 기억하고 있다,
어떻게 탄생했으며, 우리가 누구이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우리는 알고 있다 무엇을 이루었는지 무엇을 말하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랐는지, 점진적으로 서서히,
우리가 되고자 정진했던 모든 것에 스스로 믿음을 갖고-
정의롭고, 열정적이고, 동등하고, 능력있고, 그리고 자유로운.
이 모든 것 아이들의 손에 있다,
눈은 우리가 결코 가볼 수 없는 땅을 응시한다- 아직 거기에 없는 땅이지만-
허나 그들의 눈을 통해서, 우리는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주어진 오랜 세월 내려온 우리의 선물들 무엇이 될는지.
우리가 진정 기억할 수 있다면, 그들은 잊어버리지 않으리라.
이 시는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서 아칸소 대학의 교수인 시인 밀러 윌리엄스(Miller Willimas, 1930~ )가 ‘역사와 희망’(Of History and Hope)이라는 제목으로 낭송한 취임축시이다. 이 시는 미국 역사상 지금까지 낭송된 마지막, 세 번째 대통령 취임축시이다. 오는 1월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낭송되기로 계획된 취임축시는 역사상 네 번째 축시가 될 것이다.
밀러 윌리엄스는 아칸소 주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성장한 미국 남부지방의 토박이 시인이고, 생물학 학사와 동물학 석사를 가진 과학도시인이며, 지금도 아칸소 대학에서 영어와 외국어와 비교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지성파 시인이다.
시인은 젊은 시절을 미국 남부의 자그마한 시골마을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장 미국적인 소재를 시작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과학도이므로 내용의 요체를 쏙쏙 뽑아내어 시의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뽑아낸 주제를 철학화하는 것은 그가 오랫동안 대학에서 영어와 외국어와 비교문학을 강의한 경륜에서 연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취임축시도 소재가 극히 미국적(미국의 역사)이고, 5개의 단어로 그 요체를 압축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무척 철학적이고 실용주의적이다.
밀러 윌리엄스는 미국이 오랫동안 믿음을 갖고 추진해 왔던 미국적인 것을 그 역사 속에서 5개의 관념으로 압축하고 있다. ‘정의로운 것’, ‘열정적인 것’, ‘동등한 것’, ‘능력 있는 것’, ‘자유로운 것’이 그 것이다. 여기에서 시인이 5개의 사상을 명사로 표현하지 않고 형용사로 표현한 데에는 두 가지의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하나는 미국의 역사 속에서 추진되어 왔던 5개의 사상이 개념적이고 연역적인 것이 아니고 미국민의 삶속에서 형성되어 왔고 발전시켜온 생활적이고 귀납적인 것임을 나타내고자 시인은 바라고 있다. 정의, 열정, 동등, 능력, 자유는 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추구하는 명사적인 목표가 되겠지만 미국민에게 있어서는 그것들이 점진적으로 발전되어온 형용사적인 실용인 것이다. 형용사는 보다 생활적이고 몸에 밴 문화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둘째 의도는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의 틀 속에서 위의 5가지 사상이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고 과거와 현재를 거쳐 앞으로도 계속 진전해 나갈 것임을 시인은 형용사의 표현을 통하여 나타내고자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로운 것, 열정적인 것, 동등한 것, 힘 있는 것, 자유로운 것은 미국민, 아니 온 인류가 결코 완성하기는 불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영원히 추구하고 정진해야하는 삶의 가치가 아니겠는가?
시인은 더 나아가 현세대의 주인인 우리의 사명을 명시하고 있다. 즉 ‘진정 기억’하는 것, 풀어 말하면 ‘옳게 전수’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기억하고 바르게 전수해야만 우리의 아이들이 잊어버리지 않게 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