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성호 목사의 평신도 인생

2008-12-07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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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도 소금도 없는

“돈 거두어 땅 사고 교회 한번 지어보겠다는 일편단심에 목을 맨 목사들이 거의 전부요, 아니면 고작 비싼 비행기 타고 멀리 날아가 몇 푼 던져주고 와서는 ‘선교했네 뭐 했네’ 뻥튀기 광고나 해 대는 것 말고는 요새 교회들이 세상을 위해 하는 일이 도대체 뭡니까?”
꽤 저명한 K라는 인사가 작정하고 토해내는 쓴 소리다. 이를테면 ‘너희는 세상의 빛이요 소금’ 이란 예수의 말씀, 그거 어둡고 썩어가는 세상을 위해 사용하라는 주문일 텐데 저희들끼리만 떠들고 북적대는 걸 보면 세상 흉내 제대로 내고 있는 데가 교회가 아니냐며 무용론까지 들고 나온다.
단순 비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논리 정연한 그의 호된 질책 앞에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생각 끝에 교회협의회 전직 거물급(?) 회장님 몇 분을 모시고 의논을 드렸다. 이 문제 말고도 요즈음 한인단체장들의 불법파행 운영 등으로 교포들이 입을 피해는 물론 이미 교계까지도 걸려들게 된 심각한 우려에 대해 협의회 차원의 적절한 조치를 주문코자 함이었다.
하지만 “글쎄...” 하는 식의 모호한 태도 때문에 물거품 돼 버린 게 벌써 달포가 지난 일이다.
지금 ‘강 건너 불구경’꾼은 교회고, 그 교회가 바로 세상 때문에 존재 한다는 인식이 약한 목사들이 오히려 빛과 소금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세상의 불행을 방치할 수 없는 게 교회요 최후의 순간까지 빛을 밝히고 소금을 뿌려야할 책임도 교회의 몫이건만 대부분 교회의 불은 꺼진지 오래고, 그 어둠속에서 내 몸에 뿌릴 소금조차도 없는 교인들은 병들어 가고 있다. 부끄럽지만 이것이 빛도 소금도 없는 한국교회의 두 얼굴인 사실, 누가 부인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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