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성호목사의 평신도 인생

2008-10-05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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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량품 강단

중국산 불량식품들이 우리네 건강을 바짝 위협하며 인명재천(人命在天)을 비웃는 판국에 믿었던 교회들마저 온갖 불량품 설교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바람에 교인들의 구령(救靈)문제까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교회 내분이 장기화되면서 상처받고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교세가 반으로 줄어들자 “쭉정이는 다 가고 알곡만 남았다”는 식의 황당한 설교가 여러 교회 강단에서 선포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른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만은 그렇다고 떠난 사람 뒤통수에다 대고 그런 막말을 해 대다니 불에 타는 게 죽정이요 불은 곧 지옥의 또 다른 표현이란 걸 몰라서 사탄의 저주를 대변했다는 건가.
이건 불량품 정도가 아니라 성경을 무기처럼 편법 이용한 범죄다. 감히 하나님 밖에 알 수 없는 쭉정이와 알곡까지 골라내는 초능력자가 진작 제 교회 분란은 막지 못 했는지? 의구심은 그래서다.
필자는 설교를 잘 못하지만 남의 설교를 듣고 긴가 민가를 가려내는 실력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평신도인생 칼럼의 첫마디에서 “오늘 설교 뭐야?”로 운을 뗀 것은 간단명료한 질 좋은 설교를 주문한 거였지만, 아직도 많은 제단에서 불량품 설교가 판치는걸 보면 몸살을 앓고 있는 교회가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허구한 날 멱살잡이로 날 새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고소 고발로 치고받는 난장판 교회도 있고,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재기불능의 교회도 생겨날 판국에 감정적이고 비판적인 설교는 불에 기름 붓기나 다름없다. 그거야 말로 억울하면서도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의 정신에 배치되는 불량품 강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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