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조용히 기도하자...

2008-07-2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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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했건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한국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지난달 30일 자체 웹사이트에 띄운 글이다. 사회를 보다 아름답게, 보다 밝게, 보다 깨끗하게 만드는 목회자들의 임무라고 하지만 위의 글은 목회자라는 사실을 망각했다는 느낌을 주게 한다. 우리 주위에는 교회와 성당, 사찰 안을 벗어나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목회자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목회자는 사회운동가가 아니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기 때문에 존경의 대상이 되고 변호사와 회계사는 돈을 벌게 해주기 때문에 일반으로부터 대우를 받는다. 목회자들이 대중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그에 비례한 대우를 받는 이유는 그들의 ‘본연의 업무’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목회자의 인품과 도덕정신, 그리고 존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 사람들과 달라야 된다는 말이다. 자신들이 소속돼 있는 교회에서, 성당에서, 또는 사찰에서 신도들에게 ‘착하게 사는 방법’과 ‘삶의 희망’을 줘야 될 사람들이 정치와 사회적 이슈에 끼어들어 민중을 선동하는 것을 보면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차라리 신도들에게 “나라를 위해 조용히 기도하세요. 기도의 힘은 대단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진정한 목회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훗날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당’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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