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씀이 육신이 되어...”

2008-05-0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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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예술입니다. 나의 인생은 나의 자화상입니다. 언제가 그 그림은 주님에게 드려질 것입니다.”
말씀 성화 제작에 일생을 보낸 이광혁 장로(사진)가 남긴 말이다. 1913년 평양에서 출생한 그는 한국전쟁 때 단신으로 월남했다. 그리고 그는 1999년 LA 롱비치 병원에서 소천할 때까지 48년간 말씀 성화 제작을 소명으로 삼았다.
거기에는 동기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한 그는 굉음을 울리며 나타난 비행기가 뿜는 연기의 아름다움이 잠시 후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허무를 느꼈던 그는 이렇게 기도했다. “연기같이 사라지는 인생이 되지 않고 무언가 후대에 길이 남기는 인생이 되게 해달라”고.
서른의 나이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주님의 성상을 나타내면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영감을 받고 기도를 시작했지만 일제하와 공산치하에서 성화작업은 불가능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잠시 집을 떠난다고 생각했던 피난길은 38선 때문에 가족과 생이별하는 아픔이 됐고 조그만 셋방에서 자취를 하며 아무도 모르게 성경을 쓰면서 수십 년을 보냈다.
완성된 작품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이 ‘성육신’과 ‘로고스’다. 신약성경의 83만8,380만자를 담고 있는 성육신은 1954년부터 58년까지 4년이 걸렸다. 단어로는 18만1,259개. 우주 만물의 주재이신 그리스도의 형상과 27권의 신약성경을 상징하는 어린 천사들이 주위에 그려져(쓰여져) 있다. 천사들의 얼굴은 동서양과 인종을 구분하지 않고 예수 안에서 모두 하나임을 나타내는 다양한 모습들이다.
세계 각국 1,234개 언어와 방언으로 성경 한 구절씩을 써서 그린 ‘로고스’는 성경의 주요 장면 500개(구약 250개, 신약 250개)를 담고 있다. 그림 전체는 소용돌이치는 우주의 모습과 천지 창조부터 마지막 심판까지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장로는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이라고 쓸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었고 펜을 다시 잡을 때마다 손을 씻었다. 새로운 줄을 시작할 때마다 기도했다. ‘글자가 틀리지 않고 끝이 적당히 맞아 떨어지며 이를 보는 사람들마다 감동이 되어 주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로고스’를 그리기 전에는 예배를 먼저 드렸다. 빨리 완성하고 싶어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쉬지 않고 작업을 했다. 의자에 앉은 채로 졸거나 식사를 거를 때가 허다했다.
작업을 앞두고 주님의 형상을 보고 싶어 꿈에서라도 보여달라고 기도했더니 묵상 중에 깨달아졌다. “누가 주님을 그릴 수 있을까? 다만 주님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자로 족하다.” 한 유대인이 로마 원로원에 보낸 편지에 묘사된 예수의 모습이 힌트를 줬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으며 머리카락은 길고 수염은 갈라져 보이며 얼굴은 붉고 눈은 총명하며 빛이나 위엄찼습니다.”
온유하면서도 엄격하신 주님을 묘사해야 했는데 기법을 모르던 그는 또 기도했다. “보는 이에게 감동케 하사 무언가 말씀하여 주옵소서. 선한 사람은 사랑의 모습으로, 잘못한 사람에게는 노여운 얼굴로 보여지게 하옵소서.”
그렇게 태어난 이 장로의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감동 없이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그림들”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의 삶은 오직 이 그림들을 위해 쓰임받은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본을 소장하고 있는 이영식 선교사(예수문화21C 대표)는 “바라보기만 해도 엄청난 은혜를 끼치는 작품들이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안타깝다”며 “이 장로의 삶을 통해서도 신앙인들은 깊은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말씀성화’ 사본은 대형 및 소형 크기의 두 종류가 있으며 판매 대금은 모두 예수문화공동체 선교 사역 기금으로 사용된다.
구입 문의 (404)944-5729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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