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수상-백합 향기처럼...

2008-03-1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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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규호 목사 (버지니아거광교회)

우리집 거실 Bay window에는 몇몇 분(盆)의 서양란과 군자란이 꽃술까지 훤히 보이도록 활짝 꽃 봉오리를 벌리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아내가 정성과 사랑으로 물을 주며 가꾸는 꽃들입니다.
오늘 아침 그 꽃들을 바라보다가 서양란에서 풍기는 꽃냄새를 맡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활짝 핀 서양란의 꽃봉오리에 코끝을 살짝 대어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왠일인지 화려하게 핀 서양란의 꽃봉오리에서는 꽃내음을 전혀 맛볼 수가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꽃(生花)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모든 사물과 사람들에게는 각기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좋은 냄새를 향기(香氣)라 하고 불쾌하고 역겨운 냄새를 악취(惡臭)라고 말합니다. 좋은 향기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더럽고 역겨운 냄새는 기분을 매우 상하게 만듭니다. 또한 냄새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 향이 멀리 전달되어 동화작용을 일으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냄새를 풍기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냄새를 만들어 향수(香水)라 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사랑과 기침은 속일 수 없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향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향기를 속일 순 없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냄새는 본래의 냄새를 가리고 포장하기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더욱 역한 냄새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한 육체적으로 풍겨나는 냄새를 잠시 가릴 수는 있지만 인간 내면에서 풍겨나는 인격, 삶, 영혼의 냄새는 가려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격과 영혼 깊은곳에서 풍겨나는 냄새를 가리기 위해서 포장된 냄새, 다른 사람을 속이는 냄새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더욱 역겹고 구역질이 나게 될 것입니다.
사순절 기간동안 동네의 꽃집에서 부활절에 필요한 백합(Lily)을 미리 주문할 것을 권하는 광고 전단지가 배달 되었습니다. 아마도 부활절 날 교회와 각 가정에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백합화로 아름답게 장식하라는 뜻이겠지요.
가시밭의 백합화처럼, 잎새와 줄기가 연약한 것 같지만 모진 풍파와 고통을 이겨내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청초롬하게 꽃을 피어내고 은은하게 아름다운 향기를 발산하는 백합화처럼, 가시에 찔리면 찔릴수록, 죽음의 채찍에 맞아 살점이 떨어져 나가면 떨어져 나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사랑의 향기를 품어내고 더욱 비천한 겸손의 자리에 앉아 은은한 승리의 향기를 품어내신 그리스도의 승리의 향기, 사랑의 향기, 치료의 향기, 위로의 향기, 생명의 향기처럼 각 영혼과 심령에, 가정에, 교회에 그리스도의 생명의 향기를 발산하는 사명을 새롭게 하라는 의미이겠지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성품과 능력을 나타내는 향기입니다(고후2:15).
그리스도의 향기는 그리스도의 냄새를 풍깁니다. 그리스도와 늘 가까이 해야 그리스도가 우리 몸에 흔적과 향기로 베일 것입니다. 아름다운 향기의 원천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의 삶과 영혼에 그리스도가 베이고 우리 속에서 그리스도가 솟아넘쳐 흘려야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그 향기는 치료합니다. 그 향기는 위로합니다. 그 향기는 사랑합니다. 그 향기는 희생합니다. 그 향기는 역사를 일으킵니다. 그 향기는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그 향기는 구원합니다. 그 향기는 생명을 살리는 힘이 있습니다.
비록 백합화처럼 연약하지만,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름답고 순결하고 은은하면서 강렬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나타내는 삶을 통하여 이웃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회복하심, 승리케 하심, 생명을 살리시는 향기가 전해지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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