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이승만 박사와 자유 민주주의

2008-02-2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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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국 목사 센터빌 새하늘교회, VA

민주주의의 원래적 의미는 국민이 지배하는 정치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치제도는 이상일 뿐이며 한 번도 현실사회에서 실현된 적이 없는 제도라는 사실이다. 가장 완벽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했다는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도 전체 인구의 소수에 불과한 시민이라는 특권층들에 의해서 시행된 제도였고, 국민에 의한 지배를 실현하고자 했던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사회주의 실험도 결국 실패했다.
오늘날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제도는 서구에서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과 조응하여 성립된 자유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라는 가치체계와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결합물이다.
자유주의는 그 핵심적 태도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이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태도이다. 이러한 자유주의가 사회주의와 경쟁하는 가운데 민주주의와 결합했다. 그것의 구체적인 표현이 선거권의 확대로 결국 보통 선거권의 확립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고 오히려 본래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실현 불가능 하거나 또 다른 독재를 양산할 위험성이 있다. 선동가에 의한 전체주의나 폭민(暴民)의 위험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능성과 한계를 충분히 인식할 때 제도의 개선에 힘쓸 수 있게 된다.
그런 평가기준이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는 관점이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민주주의 만능론, 혹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 인식상의 오류를 그대로 안고 있다.
흔히들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민주주의의 파괴자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단히 정당하지 못한 평가다. 1945년 해방 공간에서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사회주의와 대립해서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튼튼한 기틀을 만든 분이 이승만 박사이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아직 민주주의에 대해 잘 깨닫지 못한 한반도에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 분이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때 식민지로부터 독립된 나라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평등 선거권을 실현했는데 미국과 영국에서도 1인1표제의 도입이 최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파격이었다. 이것은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가 자유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6.25 전쟁의 와중에서도 선거가 중단된 일이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 시기 때 민주주의의 시련이 있었지만 이는 당시 대한민국의 한계로 봐야 한다. 발달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민주주의는 모든 나라, 모든 조건에서 실현이 가능한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아직도 일반화되고 있지 못하고, 일부 선진국에서만 실행되는 특수한 제도이다.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중산층이 존재해야 하고, 거기에 자각된 시민의식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중산층과 자각되고 교육된 시민의 존재가 민주주의 실현의 전제조건이라는 말이다. 대부분 GNP 5,000달러에서 일반 민주주의의 심화가 일어났다는 역사적 경험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승만 박사의 교육입국론은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된 시민이라는 조건을 만들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퇴임하던 당시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이 영국을 앞질렀다는 통계를 감안하면 민주주의의 한 조건을 이승만 박사가 만들었다고 보아야 정당하다. 이승만 박사는 민주주의의 파괴자가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의 공로자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문맹이던 당시에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민주주의는 이성적인 국민과 위대한 지도가가 만들어 내는 합작품이자 걸작품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어려운 조건에서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서 노력했던 그의 수고와 땀을 오늘에 계승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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