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와인 왜 유명한가
얼마 전 상영된 007 시리즈 ‘카지노 로얄’에 제임스 본드가 도박장에서 주문하는 고급 와인 중에 ‘샤토 앤젤뤼스’라는 것이 있다. 기자가 보르도 와인을 둘러보러 갔을 때 프랑스인 가이드가 안내한 곳이 우연히도 이 ‘샤토 앤젤뤼스’(사진)였다. 기자가 놀란 것은 이 샤토의 오너가 35세 정도의 젊은 여성인데다 영어가 유창하고 억만장자인데도 자신이 직접 관광객을 상대로 설명하는 겸손함이었다. 미셀이라는 이 여성은 아버지가 은퇴해 젊은 오너가 되었다고 가이드가 귀띔했다.
와인은 프랑스의 자존심이고 보르도는 프랑스 와인의 대명사다. 보르도 와인은 왜 유명한가. 우선 유명한 사람들이 마시기 때문에 유명하다. 역사적인 남북회담을 하면서 김정일이 김대중 대통령과 만찬장에서 건배한 와인이 보르도의 ‘샤토 라투르’다. 노무현 대통령과 만날 때는 별로 이름 없는 부르고뉴의 ‘미셀 피카르’를 내놓았는데 그건 와인으로 차별대우한 것이나 다름없다. “프랑스인들의 손님 접대는 와인으로 말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런 해석이 나온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임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내놓은 와인은 보르도의 최고급인 ‘샤토 라피트’와 ‘샤토 라투르’였다. 김정일과 이건희 회장 때문에 ‘라투르’는 한국에서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이고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지난 추석 때에는 세트에 2,500만원까지 호가하는 것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프랑스의 시라크 전 대통령은 농무장관 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무통 로쉴드’를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려 보르도 와인의 유명 순서를 바꾸어 놓았다. 보르도 와인은 1855년부터 5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 등급은 와인의 계급장이나 마찬가지다. ‘무통 로쉴드’는 병 라벨에 그해 가장 유명한 그림을 집어넣는데 화가에게는 그림 값을 지불하지 않고 ‘무통 로쉴드’를 2케이스 보낸다고 한다. 왜냐하면 ‘무통 로쉴드’의 병 라벨에 올라가는 화가는 일약 유명해지고 돈방석에 앉게 되기 때문이다.
보르도의 5대 와인은 ‘샤토 라피트’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 로쉴드’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앙’이다. 와이너리를 보르도에서는 ‘샤토’라고 부르고 부르고뉴에서는 ‘도멘’이라고 부른다. 이들을 정확히 와인 용어로 표현하면 그랑 끄뤼 클라세중 프레미에르 끄뤼라고 칭한다.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샤토 페트뤼스’를 알아준다. 페트뤼스는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때 프랑스 정부가 여왕에게 선물했고 재클린 케네디가 좋아해서 유명해진 와인이다. 보르도에는 샤토가 8,000여개나 되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이 너무 복잡해 이 지면에서 모두 설명할 수가 없다.
프랑스에서 4번째 큰 도시인 보르도는 파리에서 TGV 특급열차로 3시간 걸리며 남서쪽 대서양 해변에 위치해 있다. 샤토들은 보르도에서 1~3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보르도 와인은 크게 ‘메독’과 ‘생테밀리옹’ ‘포므롤’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와인병에 그냥 ‘보르도‘라고만 표시되어 있는 것은 싼 와인이며 좋은 것 일수록 ‘포이약’ ‘마고’처럼 군, 면, 리 식의 구체적인 지명이 표시되어 있다. 와인관광은 기차역에서 나가 전차를 탄 후 지롱당 기념탑이 있는 광장 종점에 도착해 그곳 관광안내소에 가면 각 지역으로 떠나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항상 관광객이 넘치므로 파리에서 반드시 예약하고 떠나야 한다.
정부가 품질보증,시라크 전대통령은 와인등급 조정에 관여할 정도로 관심
“우리는 관광객이 아닙니다” - 포도밭에 일하러 나가는 샤토의 노동자들. 아프리카 흑인이나 동구 싸구려 인력이 아니라 모두 프랑스 농민이다. 왜냐하면 포도 수확도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샤토 엔젤뤼스’의 젊은 오너가 제조과정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경험 있는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인들이 인기다.
보르도 시내의 화려한 샤핑가. 샤토는 시외에 산재해 있다.
생테 밀리옹의 와인 바. 이 지역은 고성이 많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