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동화 같은 어린 날

2008-02-1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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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순/버크, VA

지금의 나는 나이에 상관하지 않고 지낸다.
타국에서 지내니까 예전에는 별로 정감을 못 느끼던 것도 모두가 새로운 느낌을 준다. 하다못해 김치에 관한 맛과 정을 받아 쥘 정도이니 말이다.
새로운 사람과 앎을 갖고 사귐을 갖게 되었다. 어릴 적 남자아이들과 잘 어울리던 습관대로 난 여전히 남자와의 사귐이 손쉽다. 또한 나는 도움이 필요한 입장이니까 당연히 남자가 마음이 편하다.
미국에서 지내자니 첫 만남을 갖게 되면 맨 처음에 하는 이야기는 여일하다. “언제 미국에 왔느냐?”란 질문으로 한국 사람들의 사귐은 시작된다.
3월에 중학교에 입학해 그해 6월에 왔단다. 그 시절이면 동복인 까만 교복을 입던 시절이다. 아닌가? 여학생이면 춘추복을 입었을 건데, 남학생은 춘추복이 없으니 모르겠다. 하여간 교복 이야기를 하니 먼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래,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이구나.
가끔은 내 나이를 기억해내고는 지금을 강하게 인식하려 해도 나의 세월을 묶였다. 그래서 늘 내가 즐기던 것만을 떠올리며 현재를 생각할 뿐이다. 그러니까 현 순간을 견디어내기가 조금은 수월하다.
요즘 애들이 들으면 한심해서 하품을 할까 몰라도 꽃 피는 봄이 열리면 동네 아이들은 제법 먼 곳으로 쑥이랑 냉이를 캐러 갔었다.
그리고 여름이면 한강으로 수영을 하러 가곤 했었다. 수영복 대신 팬티만 걸치고 말이다. 남자아이들은 그나마 팬티도 벗어던진 채 고추를 달랑거리면서 말이다.
동화란 꼭 멋진 성이 등장하고 말 탄 왕자가 등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순수한 감정이 느껴 얻은 것은 모두가 동화이다.
내가 나는 남자 알러지가 있다고 하니까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한다. 물론 그런 병명은 없다. 동화 같던 어린 시절을 벗어나니까 생각에 먹구름이 꼬여 들어서 생긴 것이다.
그래도 동화가 아닌 현실과 맞서 지내는 사람들 덕분으로 현대를 지내는 모두는 편하게 잘들 지내고 있다. 자신이 기계의 부속처럼 된 줄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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