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째 기부자 감소하고 기부금도 찔끔 증가

워싱턴DC 크리스마스 트리 [로이터]
이웃 돕기에 동참하던 미국인들이 점점 지갑을 닫고 기부금을 줄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정치·경제·종교적 이유가 동시에 영향을 줬다는 진단이 나왔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3일 미국인들의 기부금 감소세를 자체 분석한 기사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미국 비영리 기부금 동향을 분석하는 FEP(Fundraising Effectiveness Project)에 따르면 올해 1∼9월 미국 기부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5년 연속으로 감소세다.
특히 부유층도 점점 기부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집계에 따르면 자산 100만 달러 이상 가구 중 기부하는 비율이 2015년 91%에서 2024년 81%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기부금 규모도 줄어들었다.
인디애나주 연례 보고서 '기빙USA'(Giving USA)에 따르면 미국 내 개인, 기업, 재단을 포함한 총 기부액은 2024년 3.3% 증가한 5천900억 달러에 그쳤다.
이런 기부금이 얼어붙은 원인으로는 정치, 경제, 종교에서 일제히 한파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풀이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출범과 함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해외원조 삭감에 나섰으며, 이에 따라 지구촌 국제구호 자금도 고갈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 내 고물가에 따른 생활고도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됐다.
글로벌 자선단체 CAF의 2024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60%)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또한 종교적 측면에서도 미국인의 신앙심이 이전보다 약해지면서 종교 단체 기부가 2024년 전체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앞으로 기부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 또한 크지 않은 실정이다.
새롭게 부상한 초부유층은 대체로 젊은 테크 기업 창업자들로, 이들은 기부보다는 자산을 불리는 데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빌 게이츠 재단의 20년간 2천억 달러 기부 약속을 포함해 세계 1, 2위 갑부들의 거액 기부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것이 중산층 기부에도 영감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