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성호 목사의 평신도 인생

2008-02-1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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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멍가게도 안되는

“인류는 다 모이라” 는 세계적 의미가 담긴 거창한 간판에 이끌려서 W교회로 들어갔다.
담임목사가 알면 누(累)라도 될까 항상 그랬듯이 평신도 신분으로 위장(?)한 덕분에 필자를 못 알아봤지만, 실은 그게 5백명 수용이 가능한 큰 교회안에 교인이 고작 셋 뿐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모가 대표기도를, 헌금은 딸이 거두고, 목사인 아버지가 설교를 하는 난생 처음보는 진풍경에 그만 간판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료가 부담 되실텐데,...” 딴에는 가정예배를 권장한 말이었는데 “다 공짭니다.” 마치 손해는 미국교인들이지 우리가 아니라는 식의 담임목사의 황당한 대답이다.
언젠가는 구름떼 교인환상 때문에 “두 세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곳에는 나도 그들중에 있느니라” 한 성경말씀이 교인 감금수단의 무기로 종종 이용된다는것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진작 탈출하고 싶었지만, 전화로 감시하고, 불쑥 불쑥 찾아오고, 온갖 연(緣)줄로 옭아매는 바람에 볼모된 것 같다며 괴로워 하는 교인들이 많다. 차라리 교회가 없어졌으면, 하는 불경스런 생각도 해 보고 멀리 이사라도 가 버릴까? 별궁리를 다 해 보지만 뜻 대로 안되니 미치겠단다.
아무데나 말뚝 만 박으면 주의 섭리요, 담임목사 직계를 다 합해봤자 구멍가게도 안되는 교회를 몇년째 붙들고 있으면서 그 또한 하나님 뜻이라면 그럼, 인질로 잡힌 교인들은 도대체 누구 뜻이란 말인가?
교인이 적어서 교회가 아니란 말 아니다. 3계명 두려운줄 모르고 척 하면 성스런 이름 함부로 들먹이는 그 속 사정이 뻔 해서다.
길은 둘 뿐이다. 간판을 내리거나, 여러 교회들이 모여서 반듯한 교회 하나를 세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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