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큰 교회 목사님께서 메트로폴리탄 동서남북, 원근각처에 흩어져 교회를 개척한 지 5년이 채 안 되는 작은 개척교회 목회자 15인 정도를 부부동반으로 저녁 식사에 초청하고 함께 교제하며 목회의 동반자로서 서로 격려하고 힘을 얻는 아름다운 모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가졌던 동역자들과의 소원한 관계와 은근한 경쟁심을 불식시키고, 혹은 지쳐있는 동역자를 붙들고 새로운 정보와 조언으로 격려하며, 혹은 연약한 교회에 새로운 성령의 힘과 영혼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공급하여 줄 것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값진 만남이었습니다. 참으로 의미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모임에 초대되어 메릴랜드 베데스다 시내의 어느 일식당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던 중이었습니다. 참석자 중 어떤 분이 사장되시는 여집사님께 음식이 참 맛있다며 극찬을 하고 조리비법을 물었습니다. 그 때 그 여사장님의 대답이 저의 인상에 깊게 남고 큰 교훈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근교의 베데스다 지역은 유태인들이 정착하며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를 좌지우지하다시피 하는 곳으로 그 까다로운 유태인들 속에서 동양인으로써, 그것도 한국 사람이 일식당을 경영하며 살아남기는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음식 하나하나에 세밀한 정성을 담을 수밖에 없고 많은 연구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여 참 보기에도 아름답고 후각과 미각을 당기는 음식을 내놓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음식은 첫째로 눈으로 보기에 먼저 아름다워야 하고(눈맛), 그 다음은 코로 맡는 음식 냄새가 향기롭고 침을 꿀꺽 삼킬 수 있도록 그 향내가 좋아야 하고(코맛), 그 다음에는 입에 찰싹 달라붙고 살살 녹아내리는 감칠맛이 나는 음식(입맛)이라야 고객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음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 시간동안 국물을 우려내고 맛과 내음을 연구하고 아름답고 보기 좋은 상품으로 진열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고 했습니다.
제 마음을 사로잡은 더 큰 교훈은 언젠가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 여사가 이 식당에 점심식사를 하러 온 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국무장관과 함께 사진을 찍어 식당 벽에 걸어두면 유명인사가 다녀간 식당으로 소문과 선전이 되어 영업이 더 잘 될 것이라고 부추겼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사장님은 식당이 어느 한 사람의 유명인사가 인정하고 세우는 식당이 아니라 식당에 드나드는 모든 평범한 고객 한 분 한 분이 맛을 인정하고 기업을 일으켜 세워줄 것이라는 신념으로 사진을 찍어 벽에 걸어두는 유혹을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의 교회도 눈으로 보기에도 아름답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품어나야 하며 멋진 성도들의 참맛이 우러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세밀한 주의와 연구와 노심초사의 부단한 노력이 목회자로서 있어야 하며, 어떤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세워지는 교회가 아니라 빈부나 귀천, 유 무식,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귀한 영혼인 성도 한 분, 한 분이 교회를 든든히 세우는 자들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성도 한 분, 한 분을 당신의 자녀로 존귀하게 여기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