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칼럼/ 가을

2007-10-1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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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민목사(아펜젤러기념 내리연합감리교회)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세상 모든 것이 세월에 따라 변하여 간다. 사람이 변하고 산천이 변하며 우주의 모든 만물이 변하여 간다. 실상 영원하신 하나님을 제외하고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자연의 변화는 하나님의 섭리임에 틀림없다.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과 그의 놀라운 창조솜씨를 엿볼 수 있다. 이를 신학적인 용어로 ‘자연 계시’라고 부른다. 즉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변하는 자연만물을 통해 불변하는 하나님의 존재와 능력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이를 시편 기자는 신앙고백적인 언어로 말한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시19:1).

아마도 가장 아름답고 오묘한 자연의 변화를 느끼는 계절은 가을일 것이다. 벌써 10월이다.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다. 싱싱했던 여름의 녹음이 벌써 울긋불긋 단풍의 가을빛으로 그 모습을 변해가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 뒷산에 올라가 보니 그곳에도 벌써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가을은 시인이 아니더라도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시를 읊고,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인생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는 사색의 계절이라 한다. 그러나 또한 가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자라면 떨어지는 낙엽 하나를 보더라도 조물주 하나님의 신비로운 솜씨와 위대하심을 깨닫게 하는 계절임에 틀림없다. 가을 자연의 찬란한 아름다움은 하나님의 창조 솜씨 중에서도 으뜸이 되리라.


새빨갛게 단풍이 든 산속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이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아들아! 너 단풍이 왜 그렇게 빨간지 아니?”하고 묻자 “잘 모르겠는데요” 하고 아들이 대답했다. “그것은 마지막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마감하려는 자연의 뜻이란다.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노을처럼 말이야!”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교훈이다. 때가 되면 지나가야 하는 것이 가을의 본래의 모습이다. 가을은 더 머무르려고 안간 힘을 쓰지 않는다. 낙엽도 떨어질 때가 되면 떨어지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낙엽은 지지 않으려고 결코 애쓰지도 않는다. 단지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반짝이며 마감할 뿐이다.

가을은 우리를 향하여 몇 시인지를 묻는다. 가을이 항상 머물러 있을 수 없듯이 우리 인생에도 영원함이 없다. 가을 다음에는 틀림없이 겨울이 오듯이 우리 모두에게도 틀림없이 마지막이 있다. 나무의 잎도 때가 이르면 떨어지듯이 우리에게도 때와 기한이 있으니 언젠가 마감하는 날이 분명히 오리라. 그 때에 저 아름다운 빨간 단풍처럼, 빨간 저 노을처럼 아름답게 우리의 인생을 마감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십년만 젊었더라면 할 수가 있었을 텐데!” 후회할 것이 아니라 이제 내게 남겨진 시간들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가 고민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가을, 짧지만 아직 남아 있다. 아직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우리의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보다 크게, 보다 넓게, 보다 깊게 그리고 보다 아름답게 섬기고 사랑하자.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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