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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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택시 운전사’

2007-09-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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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밤거리‘인간 쓰레기’청소나선
자칭 구세주 광기의 피범벅 느와르

폴 슈뢰더의 뛰어나게 사실적인 각본과 마틴 스코르세이지의 어둡고 치열하고 해부하는 듯한 연출 그리고 갈비씨 로버트 드 니로의 격정적이요 사나운 연기 및 버나드 허만(그는 ‘사이코’ 등 히치콕의 많은 영화 음악을 작곡했다)의 재즈성 음악 등이 혼연일체가 된 거의 몽환적이다시피 한 피범벅 뉴욕 느와르다.
폭력적인 ‘구세주의 환생’이라고 부를 만한 영화의 주인공 트래비스 빅클은 베트남전 재향군인. 정크 푸드를 먹고 멍한 눈으로 TV를 보고 일기를 쓰는 트래비스는 친구도 애인도 또 아무 사회적 관계도 없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노바디’다. 그는 밤잠을 못 자 택시운전사로 뉴욕의 밤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창녀와 약물중독자와 알콜 중독자들로 득시글대는 타임스퀘어를 차창 밖으로 관찰하면서 ‘인간 지스러기들’을 말끔히 쓸어버리겠다고 다짐한다.
이 ‘신의 고독한 남자’는 대통령 선거 후보 출마자를 위한 자원봉사자인 여인(시빌 셰퍼드)을 보고 감정을 느끼나 데이트 첫날 여자를 포르노 영화관으로 데려가면서 스스로 애정의 거부동작을 한다. 이어 그가 세상의 모든 더럽고 추하고 사악한 것을 말끔히 제거하는 자칭 구세주 노릇을 하게 만들어주는 동기가 12세난 창녀(조디 포스터). 트래비스는 이 소녀에게 애정과 함께 보호본능을 느끼면서 소녀를 악의 늪에서 구출하기 위해 피범벅 총격전을 벌인다.
도시 속 소외감에 시달리는 고독한 남자의 정신착란적인 광기를 파헤친 성격 탐구영화인데 드 니로가 아파트에서 거울 속의 자기를 보고 “너 내게 말하는 거니”라고 독백하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또 드 니로는 피의 살육을 하기 전 머리를 박박 밀고 모호크 인디언 헤어스타일을 하는데 실제로 머리를 민 것이 아니라 분장을 한 것이다.
1976년 개봉 당시 미국의 베트남전 이후의 분위기를 여실히 묘사한 이 영화는 이라크전을 치르는 요즘 분위기에 상응한다고 보겠다. 충격적인 영화로 하비 카이텔, 피터 보일 및 알버트 브룩스 공연. 2장 디스크의 특집판 DVD가 나왔다. R. Colum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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