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 과제–대북정책 및 한미관계 (하)

2007-08-16 (목) 12:00:00
크게 작게

▶ 이항열(셰퍼드 대학 국제정치학과 석좌교수)

한반도 안보의 현주소를 보자면, 작년 북한은 자체 핵폭탄 실험에 성공하였으며 지금도 심심치 않게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설마 북한이 핵폭탄을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에 사용하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식의 감정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위정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솔직히 말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폭탄이 미국 본토에 쏘아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보다는, 오직 김정일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이러한 핵물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더욱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북한의 핵보유는 인정하는 것 같고 이제는 미래의 핵확산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결국 북한의 핵폭탄은 대한민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을 핵폭탄의 볼모로 삼아 미국과 협상을 벌이려는 것이다.
북한은 아직도 미국의 CIA가 1968년에 작성, 39년간 일급비밀로 분류되었다가 지난 7월 2일 기밀해제 되어 공개된 문서에서 세술한 바와 같이, 그들의 40여 년 동안 미루어온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즉 김일성의 대남전략은 평화통일이라는 위장구호를 내세워 대한민국에 친북정권을 수립, 적화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이었으며, 김일성은 1960년 4.19 학생운동, 1961년 5.16 군사혁명시에 ‘남한 적화통일’의 기회를 놓쳤다며 두고두고 한탄을 했다는 것이다. 김일성 사후에도 영생을 부르짖는 김정일이 이러한 대남정책의 유훈을 포기할 리가 없다.
또한 북한은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3만2,000명의 주한 미군 및 경제력이 30배나 되는 대한민국과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지난 30여 년간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왔으며 결국 그에 성공하였다. 북한은 현실적으로 핵보유를 함으로써 대한민국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유도해낼 수 있고 미국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으므로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익이 되는 핵을 북한이 완전 포기한다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으며 오히려 대한민국의 소위 극단 진보주의자들은 이런 북한의 입장에 더 동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세계 외교사를 볼 때 햇볕정책과 같은 유화, 포용정책으로 체제를 변화시킨 경우가 전무하고, 포용을 주장하는 극단 진보파들의 대북접근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이행할 수 없고 이행하려고도 하지 않는 실패한 김정일 정권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심각한 기반적 취약점을 갖고 있다.
한편 미국 부시 행정부의 북한 정권교체 주장자들은 벌써 몇 해 동안이나 북한의 붕괴 예견이 틀려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하여 이번 선거에 대한민국에서는 급진적 좌파가 당선되지 말아야 하며 미국에서도 신보수주의자가 당선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대한민국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12번째 규모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안보와 경제발전이라는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였고 그 토대 위에서 그래도 민주정치가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도 100여 문의 북한 장사포가 서울을 직접 겨냥하고 있고 북측 협상대표들은 심심치 않게 대한민국을 무시하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 심지어 일부 당국자는 핵무기를 발전시킨 북한에게 감사해야 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나! 그런가하면 한반도 평화협정 과정에서는 대한민국을 제외한 북미양측의 회담만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캐치프레이즈는 ‘우리 민족끼리’ 서로 해결하자고 하니 이러한 위선이 어디 있는가!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암담한 대한민국 안보위기의 현실을 깨닫고 객관적 판단을 할 대선주자를 우리는 반드시 당선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반미감정, 경제계층의 편차를 부추기는 대선주자는 한반도에서 설 자리가 없어져야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계속될 수 있다. 미국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주 외교정책과 안보를 강화하려면 미국, 나아가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잘 활용하여야 한다. 독일 통일의 경우에도 당시 서독은 외교적인 설득으로 주변 강대국, 특히 미국을 통하여 통독을 우려하는 구 소련의 반대를 막아내도록 하는 외교정책을 적극 활용하였다. 결코 서독이 동독에 ‘퍼주기’ 식으로 통일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외교안보 정책은 탈 냉전시대에 있어서 이념지향적인 접근을 벗어나 실리정책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바로 그것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진정한 자주 경제 강대국이 되는 지름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