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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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 살리나스로 떠나는 문화여행

2007-07-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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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벡 페스티벌

1930년대 먼지바람으로 인한 천재지변의 연속적인 사건인 ‘더스트 보울’(Dust Bowl)과 그에 뒤이은 대공황(Great Depression) 시절, 미 서부의 노동층과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무수한 작품으로 노벨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존 스타인벡은 20세기 미국 문학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힌다. 청소년 시절, ‘분노의 포도’나 ‘에덴의 동쪽’을 읽으면서 눈물 흘리고 가슴 두드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스타인벡이란 이름만으로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관심을 보이게 된다. 그만큼 인간의 가장 바탕에 자리하는 감성을 그의 작품이 표현하고 자극했기 때문이며, 섬세히 설명된 스타인벡의 인물들을 통해서 누구나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스타인벡의 작품 세계와 철학을 되새기면서 60년대 말 샌프란시스코 히피문화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잔치가 열린다. 다름 아닌 스타인벡의 고향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에 특별히 히피문화를 되새기는 프로그램이 더해진 것. 히피문화가 시작된 60년대 말은 스타인벡의 문학세계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이고, 생머리를 길게 풀어 내린 젊은이들의 열정 속에 스타인벡이 평생 추구한 정의, 자유, 평등의 개념이 어우러져 있던 점을 생각하면, 두 주제의 만남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동부를 대표하는 문학가로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꼽고, 그가 거주했던 플로리다 키웨스트를 ‘헤밍웨이 타운’으로 간주한다면, 서부에서는 단연 존 스타인벡과 그의 고향인 몬트레이 카운티 살리나스(Salinas)를 찾아야 한다. 이 여름, 땀방울에 젖은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 시원한 북가주로 문화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8월2~5일 나흘간 내셔널 스타인벡 센터(National Steinbeck Center)에서 열리는 ‘스타인벡 페스티벌’을 미리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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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벡 페스티벌이 열리는 ‘내셔널 스타인벡 센터’ 외관. 여러 갤러리에서 유물 및 기념물이 인터액티브 스타일로 전시되고 있다.


60년대 문화 속으로… ‘부활’한 스타인벡

27년째 스타인벡 기념관에서 실시해 온 연례행사. 북가주 몬트레이 카운티에서 태어나 그 곳 사람들의 삶을 소설로 세상에 널리 알린 살리나스의 영웅 스타인벡을 기념하는 예술제다.
올해는 특별히 히피문화의 출발점으로 상징되는 1967년 여름 ‘서머 오브 러브’(Summer of Love)의 4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60년대 문화와 스타인벡의 세계를 접목하여 ‘불만의 문화: 스타인벡과 60년대’(A Culture of Discontent, Steinbeck and the 60s)라는 소제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스타인벡은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고뇌, 절망, 꿈, 희망 등을 선명하게 그려냄으로써 대중의 대변인으로 불려온 작가. 그에 맞게 대중문화가 꽃 피기 시작한 1960년대를 선정하여 그 시대 음악, 미술, 필름 등을 선보이고 스타인벡 관련 전시와 길거리 행사인 스트릿 페어 등이 나흘에 걸쳐 계속 진행된다.
어린 시절 스타인벡 소설을 읽으며 성장한 중년층이나 60년대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겪었던 장년층은 물론,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과 보헤미안 문화를 동경하는 청년층까지, 그리고 인종이나 기타 사회적 조건에 구애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요소를 갖추었다고 하겠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60년대식 자유분방한 거리 박람회를 재현한 스트릿 페어, 각종 집회 및 시위의 중심지였던 60년대 버클리를 보여주는 필름 상영, 록 포스터 전시회, 스타인벡 소설의 배경이 된 ‘롱 밸리’(Long Valley) 버스 투어 등.
강연 및 토론회 역시 60년대식으로 자유롭게 진행될 예정인데, 주요 주제로는 ‘60년대 대중문화와 스타인벡의 관련성’ ‘스타인벡과 생태계 보존 문제’ ‘존 스타인벡과 베트남전’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내셔널 스타인벡 센터는 인터액티브 전시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인벡의 작품과 사상을 기념하고 홍보하는 곳. 스타인벡 소설에 등장하는 20~30년대 농장, 노동자들의 거주지, 캔 공장 등을 영화 촬영 세트와 같이 무대에 꾸며놓고 다양한 사진, 비디오, 소품, 음향, 향기 등을 동원하여 사실감 있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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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스타인벡 센터 기념관에 전시된 ‘오브 마이스 앤드 맨’의 소품들.

센터에 입장하면 먼저 48석 소극장에서 스타인벡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필름을 감상하고, 존 스타인벡 전시실에서 실제 사람 크기의 스타인벡 동상이 연필과 공책을 들고 있는 모습과 더불어 몬트레이 페닌슐라와 살리나스 밸리의 대형 지도가 펼쳐져 있어, 스타인벡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지역을 지도에서 따라가면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다음 전시실인 극장 세트는 스타인벡의 실제 음성이 녹음된 인터뷰 내용을 들으면서 사진과 기타 자료를 통해 스타인벡의 성장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곳. ‘에덴의 동쪽’ ‘오브 마이스 앤드 맨’ ‘인 듀비어스 배틀’ 등에서 묘사된 농장 생활을 재현하는 벙크하우스, 외양간 등의 무대가 꾸며져 있는데, 들어서는 순간 소 냄새부터 가축들의 소리, 대장간 소품 등 1930년대 농가를 방문 체험하듯 인터액티브 세팅을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소극장은 ‘분노의 포도’ 세트로 만들어져, 대공황 시절 막사, 캐빈 등이 관련 자료 사진과 함께 실감나게 진열되어 있는가 하면, 또한, 스타인벡의 작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캐너리 로’ 세트에서는 몬트레이 살딘 통조림 공장을 직접 방문하듯 비린내와 갈매기 소리, 캔이 움직이는 공장 사진 등을 작품 해설 및 발췌문 낭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총 7개의 소극장에 설치된 인터액티브 세트들을 돌아보는 일은 스타인벡 소설을 읽고 감동받은 경험이 있는 독자에게는 책장 속에 갇혀진 인물들을 직접 만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스타인벡을 모르는 방문자에게는 단순히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듯한 인상적인 감흥을 남겨준다.
자녀가 있는 가족들에게는 단순히 이색적인 박물관 체험으로도 권할 만하고, 역사 공부 겸 스타인벡이라는 새로운 인물 발견을 위해서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또한 주변에 바닷가와 캐너리 로, 몬트레이 다운타운과 아콰리엄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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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의 문화, 스타인벡과 60년대’로 소제목이 붙여진 연례 ‘스타인벡 페스티벌’의 2007년 포스터.

존 스타인벡 그는 누구인가

노동자의 삶과 투쟁 그린
‘분노의 포도’등 대표작
1962년 노벨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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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의 젊은 시절 모습.

1902년 2월27일,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에서 출생하였다. 부모는 독일계와 아일랜드계로, 아버지는 카운티 회계사를 지내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하여 4~5년간 휴학과 복학을 거듭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다.
살리나스 밸리에서 지낸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1929년 ‘컵 오브 골드’(Cup of Gold), 1935년 ‘톨티야 플랫’(Tortilla Flat), 1939년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 1945년 ‘캐너리 로’(Cannery Row), 1952년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4년 ‘스위트 목요일’(Sweet Thursday)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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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작품 ‘분노의 포도’ 책 표지. 대공항 때 농토를 잃은 가족의 삶을 그린 내용으로 출판된 다음해인 194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존 포드 감독, 헨리 폰다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다.

노동자들에 대해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보인 스타인벡은 1930년대, 미 공산당 소속 존 리드 클럽 멤버들과 각별한 사이로 좌익성향이 진한 작가로 알려지면서 2차 대전 전후로 FBI의 비공식 조사대상에 올랐고, 절친한 친구인 극작가 아더 밀러 청문회 때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소속이 아니었던 그는 50년대에 들어서는 유럽 좌익들로부터 반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로 비난받기도 했으나, 미국에서는 거의 당대 최고의 작가로 부상하고, 196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문학인으로서 절정의 시절을 맞는다.
작품활동 외에도 해양학, 재즈, 정치, 철학, 역사, 신화 등에 각별한 취미를 가졌던 스타인벡의 흥미로운 세계관 및 인생관은 30여편의 장편, 단편, 희곡 등에 표출되어 무수한 독자들을 감동시켰으며, 무려 17편의 작품이 영화화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노후에는 캘리포니아를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였고, 1968년 12월20일, 66세의 나이로 뉴욕시에서 사망했다. 그의 무덤은 고향 살리나스에 자리한 가족 묘지에 마련되었다.

The National Steinbeck Center
1 Main St., Salinas, CA 93901
(831)796-3833, http://steinbeck.org
티켓 문의는 (831)775-4721
www.steinbeckstore.org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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