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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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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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Napoleon) ★★★★★(5개 만점)

영웅적으로 탄생시킨‘나폴레옹’일대기

프랑스군의 이탈리아 진입 장면등
시청각적 충격 경이… 불후의 걸작


시각과 청각적 충격이 이 이상 더 경이로울 수 없는 프랑스의 아벨 강스 감독이 연출한 1927년산 흑백영화다. 아마도 이 보다 더 위대한 무성영화(유성영화까지 포함해도 이 영화는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불후의 명작이다)는 없을 것이다.
기자는 80년대 초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풀 오케스트라의 음악연주와 함께 이 영화를 봤는데 그 때 느꼈던 압도적이요 신천지를 발견하는 듯했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음악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아버지인 카마인이 작곡했는데 당시 그가 직접 지휘를 했었다. 상상력과 스태미나와 천재성이 합작해 내놓은 영웅적이요 야심만만한 영화.
소년시절의 나폴레옹이 군사학교의 동료들과 눈싸움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나폴레옹이 장차 명 지휘관이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임이 증명된다. 코르시카 태생의 나폴레옹의 파란만장한 삶이 역사에 충실하게 묘사되면서 그의 성장기와 혁명과 혁명 후의 피바다와 마라의 암살과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결혼 등이 화려하게 이야기된다.
강스는 영화에 사실감을 주기 위해 달리는 말과 움직이는 추에 카메라를 매달고 촬영을 했다. 에너지로 충만한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3개의 화면으로 분류된 프랑스군의 이탈리아 진군 장면. 프랑스 국기의 3색인 적과 백과 청으로 각기 색조를 띤 3개의 스크린에 그려지는 이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이 영화는 1927년 4월7일 파리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아르튀르 오네게르가 작곡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첫 상영돼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그 뒤로 4시간이라는 상영시간과 3개의 영사기가 필요한 클라이맥스 장면들 때문에 제작사에 의해 난도질을 당한 채 상영되어 왔다.
요즘 상영되는 판은 1981년 영국의 영화사학자 케빈 브라운로가 재구성한 것으로 강스의 원작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70mm판에 스테레오로 녹음된 음향과 함께 상영된다. 강스는 1981년 92세로 사망했다. 13일과 14일 하오7시30분부터 LA카운티 뮤지엄 빙극장(5905 윌셔 323-857-6010).

‘태양의 도시의 유령들’(Ghosts of Cite Soleil) ★★★½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요 독재와 만연하는 폭력에 시달리는 하이티 빈민가의 무자비한 지하세계 두목들인 형제 2팍과 빌리에 관한 가공스런 기록영화.
후에 권좌에서 축출된 장-밥티스트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집권 때인 2004년에 찍었다.
아리스티드가 반정부 인사와 시민들을 탄압하기 위해 두 형제에게 돈과 무기를 대주고 이들이 어떻게 유혈과 혼란을 아이들이 장난을 즐기듯 자행했는지를 보여주는데 마치 극영화를 보는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는 하이티 수도 포르-토-프랑스 교외의 양철집들이 즐비한 빈민가 시테 솔레유에서 찍었다.
둘은 후에 밥티스트가 축출되면서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성인용. 선셋 5.

‘여명 속의 빛’(Lights in the Dusk) ★★★½

미니말리스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현대인의 고독을 그린 드라마로 하이스트 영화이면서 실존주의 영화이자 로맨스 영화다. 또 세상에 지친 남자를 유혹해 파멸시키는 금발요부가 나오는 필름 느와르이기도 하다.
헬싱키의 경비회사 직원으로 야간에 보석상이 있는 샤핑몰을 순찰하는 과묵한 코이스키넨에게 어느 날 고양이 눈을 한 금발미녀가 다가와 사귀자고 제의한다.
이 여자는 범죄단 두목의 하수인으로 코이스키넨으로부터 보석상 경보기의 번호를 빼낸다. 그리고 보석이 몽땅 분실된다.
코이스키넨은 경찰에게 여인의 정체를 안 밝히고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출옥해 사회에 재적응하려는 그에게 다시 금발요부가 나타나면서 코이스키넨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성인용. 19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채털레이 부인’ (Lady Chatterley)★★★★½

몸으로 시작하는 사랑, 세상을 매혹하다


영육의 쾌감통한 삶의 희열 그려
욕망 앞에 솔직한 여성심리 묘사

영국 작가 D.H. 로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프랑스 영화. 경이롭도록 아름답고 고요하면서도 정열이 불타는 시적이요 솔직하고 또 매우 사실적인 작품이다.
1920년대. 양가 출신의 아름답고 정숙한 20대의 콘스탄스(마리나 핸즈)는 1차 대전에 참전, 하반신 불구가 된 남편 클리포드 채털레이와 몇 명의 하인들과 함께 숲 속의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콘스탄스는 삶의 무료를 독서와 산책 등으로 달랜다.
어느 가을 날 콘스탄스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채털레이가의 사냥터지기 올리버(장-루이 클로시)의 오두막까지 걸어 도착한다. 콘스탄스는 과묵하고 우람찬 몸을 지닌 올리버에게 처음부터 심적 육체적으로 도취된다.
그리고 둘은 만남을 거듭하면서 계급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몸과 마음을 욕망에 내어 맡긴다. 콘스탄스는 예의 바르고 몸 약한 남편과 극적으로 다른 강건하고 흙냄새가 나는 40대의 올리버와의 육체적 접촉에 영육이 함께 전율하는 쾌감을 맛본다. 그리고 올리버는 이 아름답고 올바른 여인의 상냥한 내면과 육체적 즐거움에 아이처럼 희열하는 본능에 역시 자신의 몸과 마음을 활짝 연다. 그리고 둘은 육체의 희열과 함께 서로 내적으로 성장하고 또 깊이 사랑하게 된다.
남녀의 전면 나체가 노출되고 매우 사실적인 섹스신이 있지만 저속하거나 야하지 않고 솔직하게 관능적이어서 황홀하도록 아름답다. 섹스신과 나체를 매우 사려 깊게 묘사했는데 육체적 정열의 기쁨과 머뭇거림과 부끄러움 등이 조심스럽게 그려져 감동이 더 크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콘스탄스와 올리버의 사랑과 육체적 기쁨도 나이테를 더 해 가는데 둘의 알몸 사랑이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몽롱한 빛을 띤 촬영과 저세상 것 같은 음악도 좋은데 특히 눈부신 것은 이 영화로 세자르(프랑스의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핸즈의 섬세한 연기다.
성인용. 선셋5(323-848-3500), 랜드마크(310-281-8233), 모니카(310-394-9774), 플레이하우스(626-844-6500), 타운센터(818-981-9811), 유니버시티(949-854-8818).

‘스위스 가족 로빈슨’(Swiss Family Robinson·1960)

부모와 세 아들 등 스위스 일가 5명이 탄 배가 난파돼 열대지방의 섬에 표류한다. 여기서 이들 일가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생전 처음 보는 동물들과 색다른 환경조건을 맞아 갖가지 모험을 경험한다.
이들은 또 험악한 두목(세수에 하야카와-’크와이강의 다리’에서 일본군 포로수용소장)이 이끄는 해적 떼를 맞아 온갖 기지로 이들을 물리친다. 흥미진진한 가족영화.

‘보물섬’(Treasure Island·1950)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이 원작. 소년 짐이 죽어가는 남자로부터 전해 받은 지도를 들고 친구들과 함께 보물을 찾으러 떠난다. 이들을 노리는 것이 흉악한 외다리 해적 롱 존 실버.(사진)
14일 하오 7시30분부터 에어로 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323-634-4878) 동시상영.

‘거대한 환영’(Grand Illusion)

프랑스의 명장 장 르놔르가 1937년에 감독한 걸작 반전영화.
1차 대전 때 독일. 정찰기를 몰던 프랑스군 두 장교 봐디에 대위와 마레샬 소위(장 가방)가 격추돼 적의 포로가 된다. 이들을 포로로 잡은 독일군 장교는 기사도 정신을 지닌 라우펜슈타인대위(에릭 폰 슈트로하임).
두 장교는 다른 포로들과 함께 탈출 불가능한 옛 요새로 이송되는데 여기서 둘은 부상을 크게 입어 목에 쇠턱받이를 하고 쇠코르셋으로 상체를 유지하는 라우펜슈타인 수용소장과 재회한다.
그리고 마레샬과 또 다른 포로 로장탈은 봐디에의 희생으로 요새를 탈출한다. 둘은 스위스 접경지대에서 어린 딸과 혼자 사는 아름다운 전쟁미망인의 집에서 잠시 목가적인 삶을 살다가 다시 떠난다.
18일 하오 7시30분. 에어로 극장.

‘내게 말해’(Talk to Me) ★★★½

1960년대 워싱턴 DC의 라디오 D.J.로 거침없는 입심과 발언으로 흑인 청취자들에게 민권의식을 고취시켜 주었던 피티 그린(단 치들)의 자전적 삶을 그린 코미디이자 메시지 영화.
전과자였던 피티는 재소 시절 알게 된 동료 죄수의 동생으로 WOL-AM의 프로그램 감독 듀이(치웨텔 에지요포르) 하나만 믿고 무작정 방송국으로 진입, 마이크를 잡는다. 그는 첫날부터 강렬한 소울 음악과 함께 유머와 매운 위트 그리고 진실한 사회비평으로 삽시간에 흑인 팬들의 우상이 된다. 영화는 파티와 듀이의 우정과 방송인으로서의 성공과 몰락 등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관계와 삶을 힘차고 재미있고 사실적으로 그렸다. 두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
R.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15(310-289-4 AMC), 크렌셔 15(800-FANDANGO #703), 브리지(310-568-3375).

‘인터뷰’ (Interview)★★★½

맨해턴의 넓은 로프트 안에서 인터뷰를 하는 산전수전 다 겪은 기자와 그의 인터뷰 대상인 젊은 금발 미녀로 싸구려 영화 주연배우 간의 심리대결을 그린 2인극. 둘이 서로 진실한척 하면서 서로를 속이고 끝에 가서 결국 한 사람은 승자 다른 한 사람은 패자로 남는 결과가 스릴러를 보는 기분이다.
워싱턴 DC 정치와 세계분쟁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던 피에르(스티브 부세미-감독 겸)가 부장에 의해 섹스 심벌인 카티야(시에나 밀러)를 인터뷰 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를 싫어하는 둘은 카티야의 로프트에서 인터뷰를 가지면서 치열한 언어와 심리전을 치른다.
각본이 영특하고 연기도 좋은 연극과도 같은 영화로 원작은 2004년 회교도 테러리스트에 의해 살해된 홀랜드 감독 테오 반 고흐의 작품.
R. 선셋 5, 플레이하우스, 랜드마크, 타운센터 등.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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