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미스 유니버스 유감

2007-06-2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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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현(알링턴, VA)

지난 달 TV에서 우연히 멕시코 시티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봤다. 한국 대표가 전세계 미인 가운데 5위 안에 든 것은 정말 흐뭇한 일이었다. 사회자는 시청자가 10억이나 된다고 했다.
미스 코리아 이하늬 양은 늘씬한 몸매에 의상도 우아하고 얼굴도 손색이 없어 꼭 미스 유니버스에 당선되기를 바랐고 또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마지막 5명 인터뷰가 아쉬웠다.
이하늬 양에게는 ‘만일 수퍼파워(초인간적 힘)를 가졌다면 무엇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양은 한국말로 자기 지갑에 돈이 끊임없이 들어오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황금만능이 판치는 한국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이 응당 할만한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980년 이후 출생한 세대는 국토분단과 6.25의 쓰라림도, 반독재투쟁 경험도 없어 황금만이 만능을 누린다고 보는 게 무리도 아닐 터다.
그러나 이 양이 초인간적인 힘을 가졌다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분단된 한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고, 세계 분쟁을 종식시키고, 빈곤을 해결하고 싶다’는 식으로 대답했다면 훨씬 높은 점수를 받고 미스 유니버스로 선출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10억 시청자들은 한국민이 당한 애절한 국토분단의 쓰라림을 이해하고 성원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5명 가운데 나오다 무대에 주저앉아 사실상 탈락한 미스 USA를 빼고 4명 중 꼴찌로 채점한 것으로 봐 심사위원들도 그 대답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또 한국에서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보낼 미인을 순전히 예쁜 얼굴과 늘씬한 몸매만으로 뽑은 결과 한국 미인은 욕심꾸러기라는 인상을 전 세계에 홍보했다. 다른 미인들은 모두 봉사를 할 의사를 표명했었다. 그 결과 대조적으로 한국 미인이 욕심꾸러기라는 인상을 더 강하게 시청자들에게 심어주었다.
이번 일은 이하늬 양 한 개인의 실수라기보다는 한국사회의 황금만능주의 가치개념이 결과라고 여겨져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된 가치개념을 알릴 필요를 통절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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