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포인트’ (Pierrepoint)★★★(5개 만점)
남을 죽이며 사는 사형 집행자의 삶
나치 전범 등 800여명 교수형 시킨
영국의 피에르포인트 생애 그려
‘마지막 교수형 집행인’(The Last Hangman)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영화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형 집행인 알버트 피에르포인트(1905~1992)의 삶을 다룬 자전적 작품. 피에르포인트 역을 맡은 영국의 연기파 티모시 스팔의 소박하면서도 위엄 있는 연기와 함께 우울한 내용을 매우 민감하게 다뤘고 기술적으로도 세련된 볼만한 영화다. 피에르포인트는 생애 살인자와 나치전범 등 모두 800여명을 교수했다.
온순하고 착한 피에르포인트가 홀어머니와 살면서 식품 배달원으로 일하고 자기가 물건을 배달하는 상점의 여점원 앤과 결혼하는 평범한 얘기와 함께 그의 부업인 교수형 집행의 얘기가 이어진다.
피에르포인트는 아버지와 삼촌의 직업이기도 했던 교수형 집행인 직업을 부업으로 삼는다. 그는 자기 일에 대해 부인에게도 말하지 않고 영국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교수를 한다. 그리고 앤은 모은 돈으로 선술집을 차리고 피에르포인트와 함께 운영하는데 피에르포인트는 계속 교수집행을 업으로 한다.
피에르포인트는 철저한 직업 교수형 집행인으로 늘 가장 신속하고 고통 없이 사형수들을 교수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존중하면서 자기가 형을 집행한 사람들의 주검에 대해서도 정성을 다해 사후처리를 한다. 영화에는 교수형 집행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피에르포인트의 직업적 효능성과 함께 형 집행을 센세이셔널하게 묘사하는 대신 군더더기 없이 간단하고 신속하게 묘사, 다른 보통 직업인들의 업무행사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도 충격적인 것은 피에르포인트가 집행하는 나치 전범들에 대한 교수형. 수십명을 1주일 안에 교수하기 위해 한꺼번에 2명씩 교수하는 장면이 섬뜩하다.
피에르포인트는 사형제 폐지운동이 거세어지면서 결국 사직을 하는데 마지막 그가 사직하게 되는 동기인 자기 친구에 대한 사형집행은 그동안의 엄격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조작적 냄새가 난다.
R. 선셋5(323-848-3500,) 원콜로라도(626-744-1274) 등.
‘파프리카’(Paprika) ★★★½
꿈과 현실의 한계를 무너뜨린 공상과학 액션환상 만화영화로 일본작품. 18세의 담대한 ‘꿈형사’ 파프리카는 사람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과 동행하면서 사람들의 정신질환의 원인을 찾아낸다.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장치인 DC-미니는 파프리카의 인간 화신인 심리치료 여의사 아추코가 일하는 연구소에서 개발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DC-미니 1개가 분실되면서 이와 함께 이 장치를 발명한 토키타 박사의 조수가 실종된다.
아추코는 DC-미니가 사악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 악용되고 있음을 깨닫고 이것을 찾기 위해 파프리카가 돼 사람들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R. 선셋5, 랜드마크 .
‘요짐보’(Yojimbo·1961)
아키라 쿠로사와 감독과 명우 토시로 미후네가 콤비가 돼 만든 장난기 짙은 액션 코미디. 보잘 것 없는 마을에 임자 없는 떠돌이 사무라이가 도착하면서 이 마을의 라이벌 갱간에 처절한 살육전이 일어난다.
떠돌이 사무라이는 라이벌 갱 사이를 오락가락 하면서 청부 칼잡이 노릇을 하는데 간계로 별 힘 안들이고 라이벌들끼리 살육전을 치르게 만든다.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온 ‘황야의 무법자’의 원전이다. 흑백촬영, 연기, 내용, 음악 등이 모두 뛰어난 명작. (사진)
‘요짐보’의 속편으로 역시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미후네가 나온다. 사무라이 산주로가 9명의 풋내기 사무라이들을 도와 고참 사무라이들의 부정을 폭로한다. 3~5일 뉴베벌리 시네마(323-938-4038)
‘황금의 문’ (Golden Door)★★★½
시실리 깡촌 사람들 미국이민 여정기
상상력 좋고 지적인 이탈리아 영화
여객선 생활상 등 세 토막 스토리
제목은 이민의 나라 미국에 들어오는 문을 말한다. 시실리 깡촌 사람들의 미국 이민 여정기인 이탈리아 영화로 상상력 좋고 지적이며 아름답고 또 때론 환상적인 영화다. 이야기는 시실리와 미국행 여객선 그리고 엘리스 아일랜드에서 이들 이민자들이 겪는 삶을 세 토막 식으로 그리고 있다.
시실리 깡촌의 거친 미를 찍을 첫 장면부터 뛰어난 촬영미를 보여준다.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장남 안젤로와 말 못하는 차남 피에트로와 함께 등뼈가 휘어지도록 고생하며 사는 착한 살바토레(빈첸조 아마토)는 미국 이민을 결정한다.
살바토레는 가축과 가재도구를 몽땅 팔아 신발과 옷과 모자를 사고 두 아들과 함께 미국행 배가 기다리는 항구도시로 긴 여정을 떠난다.
동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바토레와 함께 미국행 길에 오르는데 이들 중에는 미국에 사는 미혼 남자들과 결혼이 약정된 두 여자 리타와 로사도 있다.
이들은 마침내 항구도시에 도착, 승선하기를 기다리는데 무리 중에서 루시(샬롯 갱스부르)라는 여자가 눈에 확 띈다. 농부 옷이 아니라 중산층 의상을 입고 영어까지 구사하는 루시는 자신의 매력을 이용해 배에 동승한다. 배 바닥 좁은 공간에 빼꼭히 들어찬 이민자들은 배 멀미와 함께 악조건에 시달리는데 살바토레는 루시를 싫어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루시를 보호해 주면서 루시의 호감을 사게 된다. 배가 마침내 뉴욕항에 도착했으나 사람들은 짙은 안개 때문에 신세계를 보지 못한다.
마지막 부분은 엘리스 아일랜드에서 미 이민 관리들로부터 이탈리안들이 받는 의료 테스트와 사회적응 테스트. 여기서 갖가지 해프닝이 일어나는데 시실리안들이 고향에 보내는 그림엽서를 통해 기적의 땅에 도착한 사람들의 상상이 재미있게 표현된다. 엄청나게 큰 채소와 나무에서 자라는 동전 그리고 우유의 강과 바위덩어리 만한 올리브 등이 시실리안들의 미국에 대한 환상을 우습고 재미있게 묘사했다. 연기와 촬영이 좋다. PG-13. 랜드마크(310-281-8223)
‘6일 전쟁’(Six Days) ★★★½
1967년 6월에 발생한 중동전 40주년을 맞아 이 전쟁의 의미와 아직도 상존하는 이 지역에서의 전쟁의 기운 등을 살펴본 기록영화.
6일 전쟁은 형식적으로는 끝났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발생한 모든 위기는 그 원인을 이 전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지금도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일촉즉발의 갈등 속에 갇혀 있다.
영화는 뉴스와 기록 필름 등을 통해 전쟁을 위한 준비과정과 적대감의 상승 그리고 에쉬콜 이스라엘 수상과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의 정치적 군사적 책략과 함께 실제 전투와 웨스트뱅크 점령 및 예루살렘 합병 등을 자세히 보여준다.
당시 싸웠던 이스라엘과 아랍군들의 증언도 있다. LA 다운타운 그랜드 4플렉스(231-617-0268).
‘악마는 말을 타고 왔다’(The Devil Came on Horseback) ★★★½
전직 해병장교 출신으로 아프리카 수단의 20년간에 걸친 내전 휴전협정 준수를 감시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됐던 브라이언 스타이들 대위의 현지 기록영화. 브라이언 대위는 수단의 서부지역 다푸르에서 자행되는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살육과 약탈과 방화를 카메라에 담았는데 아랍 정부의 아프리카 인들에 대한 인종 말살 만행이 가공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만행을 말리지 못하고 목격할 수밖에 없던 브라이언은 자책감에 감시직을 그만둔 뒤 다푸르만행 저지를 위한 운동에 나선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미국 국민과 정부와 의회에 공개, 미국이 다푸르만행 저지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이기주의자’(Egoiste) ★★★
풍족한 생활과 자식들과 가정을 버리고 아프리카 아이보리코스트의 빈민가에 AIDS 진료소를 차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프랑스 여인 로티 라트루에 관한 기록영화.
로티는 세 아이의 어머니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중 자신의 풍요로운 삶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새 삶의 선택을 한다. 로티는 자신의 그때까지의 사회에 적응해온 통속적인 삶을 버리고 아이보리코스트에 가 테레사 수녀 호스피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같은 봉사활동을 통해 로티는 비로소 자유롭게 사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로티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9세난 딸마저 포기했는데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부른다. 일부 지역.
‘바마코’(Bamako) ★★★½
서양 자본주의 세계의 아프리카 대륙 찬탈을 깊고 웅변적이요 또 아름답게 비판한 아프리카 영화다. 단순하고 직선적이며 때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지닌 지적이요 심각한 작품이다.
말리의 수도 바마코의 가난한 동네의 마당에서 열리는 재판으로 얘기를 진행한다. 피고는 세계은행이고 세계은행의 아프리카 착취를 놓고 피해자측과 변호하는 측이 각기 마당의 테이블 앞에 앉은 판사들을 향해 증언을 열변한다.
평범한 아프리카인들은 이 증언을 통해 세계은행의 부채에 시달리는 말리의 처지와 자원의 고갈 및 정치적 부패와 생활기준의 악화 등을 고발한다. 이와 함께 재판정 주변의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재판 장면과 섞여 묘사된다.
성인용. 7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