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탐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 / 최문경(음악인)

2007-05-3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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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 것일까? 아니면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 둘 다 해석하기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서도, 내 생각에는 둘 다 먹는다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미국에 와서 살아서 그런지, 토종 한국음식에 대한 향수가 가끔씩 불끈불끈 머리 속에서 치밀어 오르고 그 때마다, 꼭 한 번씩 먹어줘야 개운한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럴까 싶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서울의 맛있는, 전통적인, 유명한 집들이 있는데, 한국에 갈 때마다 명소순례하듯이 꼭 가서 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그것도 아주 허름한 집에서 예를 들면 연탄불로 구운 너비아니구이와 밥 한 공기 깨끗하게 비우고 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한 마음이 든다.
비단, 그 뿐만 아니라, 원래부터 배 고픈걸 못 참는 성미인지라, 일단은 배가 고프면, 이것저것 다 시켜놓고, 다 먹을거처럼 보여도 실상은 끝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내 식습관을 아는 친구들은, 같이 먹을 때마다
꼭 한소리를 하는 편이다. 오죽하면 나보고 식탐이 많다는 말까지 할까!! 식탐(食貪)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음식을 탐한다는 말인데, 들어서 썩 과히 좋지않은 단어임에는 확실하다.

지난 주 내가 그런 식탐에 관한 말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친구와 몬트레이에 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너무 허기가 져 있던 터라, 중국음식을 먹기로 했다. 친구는 탕수육과 류산슬을 투고 하자며, 친절하게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군만두가 내 머리속을 강타했고, 난 “군만두 추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했건만 친구는 야속하게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그걸로 충분하니까 군만두는 나중에
먹자며, “너 또 다 먹지도 못할거잖아“라는거 아닌가! 순간 내 맘 속엔 군만두를 지금 안 먹으면, 마치 세상이 두쪽이 날 것 같은 불안함에 사로잡혀서, 무조건 시키라고 채근을 했다. 말이 채근이지 거의 반강제적으로
윽박지르면서 말이다. 친구는 할 수 없이 군만두도 시키고, 난 “그까짓
군만두 하나 더 시키는게 어디가 어때서..”라며 친구가 야속하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중국집에 도착해서 군만두가 있는 걸 확인한 나는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가는 도중 참을 수 없는
군만두의 존재로 인하야 한 입 베어 먹었는데, 왠걸!! 그 속에서 기름도 아닌 물도 아닌 액체가 주루룩 나오는거 아닌가!!

그리고 맛은 군만두라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만두였던 것이다. 보아하니 그 만두는 찐만두를 그냥 후라이 팬에 살짝 데치기만 했을 뿐 겉보기만 구운 것이요, 속의 내용물은 물과 앙금이 섞여 있는 그야말로
겉만 그럴싸한 속 빈 강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맛은 왜 이리 이상한지, 더 이상 나의 식욕은 없어지고, 친구는 “그거 내일까지 다 먹어”라며 핀잔을 주면서 한 술 더 떠서 한다는 말이 “넌 식탐이 그렇게 많니”라며
악담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내가 정말 식탐이 많은 건지, 아니면 친구의 표현이 과한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에 대한 실망은 참으로 허탈하고 우울하기까지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程度)가 지나치면 도리어 해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사실 음식은 적당히, 조금은 모자란 듯이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는 건 이미 자명한 사실이지만서도, 가끔씩 발동되는 나의 이 음식을 탐하는 버릇!! 이제는 반걸음이라도 물러서서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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