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월, 우리들만의 축제 / 최문경(음악인)

2007-05-2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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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繭遮?5월도 이젠 열흘 정도 밖엔 남지 않았다. 한국에선 5월달이 가장 다채로운 행사가 많은 달이기도 하면서, 날씨로 볼 때도 그리 덥지않고, 그리 서늘하지도 않은, 쾌적한 달이라서 그런지 각종 야외에서 하는 행사들, 모임 등으로 분주한 사람들의 표정을 엿볼 수가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등 일 년에 한 번씩 맞이하는 여러 가지 이벤트 중에서도, 나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건 대학 축제에 대한 아련한 향수이다. 대학마다 다르긴 달라도 거의 대부분 5월에 여러 이색적인 타이틀로 개성있게 학교도 홍보하고, 오픈 하우스니, 여러 써클들의 공연, 유명가수 초청공연, 여자 대학이면 축제 때 만큼은 금남의 집을 개방하기도 하고? 나 역시 여대 출신이라서 그런지- 아무튼 축제기간 동안은 잘 나가지도 않던 학교를 열심히 나가고 했던거 같다.

그런 중에 대학 2학년때 일어났던 사건은 아직도 생생하게 내 머리 한구석에 조용히 각인되어지고 있다가 해마다 5월이면, 다시금 되새김질 돼서 빠꼼히 고개를 들게 만든다. 때는 바야흐로 5월 이맘 때 정도, 우리 과 친구들 5명과, 전에부터 알고 있었던 모 대학의 남학생 5명이 만나서 (그야말로 쌍쌍파티를 해도 손색이 없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누군가가, 여의도 고수부지에 대한 말을 꺼냈고, 우리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서 각자 약속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5월 중순, 날씨 화창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우리에겐 막 피어나는 젊음이라는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곤 정말 엽기적인 게임을 감행했는데 다름 아닌 소주에다 볼펜으로 금을 그어서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사람이 그만큼 먹는, 안주는 고작 오징어 다리 한 쪽이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혹시 욕하는 분들도 있을거고, 아니면 그 반대로 비슷한 젊은 날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을꺼고, 객기로 생각해도, 할 말 없겠지만, 20살에 공유할 수 있었던 우리들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지나친 비약일까?

아무튼 시간은 흘러흘러, 조금씩 달아오른 홍조 띈 얼굴들과, 5월 초저녁의 노을이 멋지게 오버랩 되어 있을 무렵, 난 좀 더 취해있었을까??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옆에 있는 간이 화장실로 가는 도중, 쓰러지는 불상사가 생겼다. 근데 쓰러지는 자태가 거의 만화에서나 봄 직한 일직선으로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그 다음엔 어떻게 됐냐구요?? 내가 누워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그 중 누군가가 다급히 말을 했다. “어머나, 일사병에 걸렸나부네. 햇빛에 너무 오래 있었나봐.. 병원에 빨리빨리!“ ~~~ 놀란 내 친구들, 나를 업고, 가까운 내 친구 집으로 옮기고, 물 주고, 약 주고 등등 ~~ 그 때 아마도 내 인생 술 먹고 일사병에 걸린 최초의 날인가 싶다. 그 때 이후로 종종 친구들에게 “일사병”이라고 불리워지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별명에 시달려야 했었던 기억들!! 그래도 해마다 5월이 되면 그 때 일이 희미하게 생각나서 웃게 되는 건, 다시는 그 때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이제는 그렇게 치기어린 행동을 할 수 없는 나이기에... 내가 뱉은 말이나 행동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나이기에... 조금은 서글퍼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추억을 곱씹을 만한 이벤트가 있었다는 것!! 살면서 세상이 희미해지고 흐려질 때 조금은 한 템포 쉴 수 있는 여유와 행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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