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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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의 테마여행 - 천사와 괴물의 얼굴 지닌 몽생미셀

2007-05-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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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따라 모습 바꿔
성지순례지, 군사요새, 감옥, 수도원 등 파란만장의 운명 겪어

미국의 상징은 자유의 여신상과 디즈니 월드다. 러시아는 크레믈린궁, 중국은 천안문과 모택동, 일본은 후지산과 기모노다. 프랑스의 상징은 무엇일까. 파리의 에펠탑과 몽생미셀이다.
노르망디주에 있는 몽생미셀은 간만의 차가 심하고 빠르며 바다와 3개의 강이 만나는 신비한 지형으로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최고 40피트나 된다. 낮에는 갯벌로 이어진 육지의 연장이지만 밤에는 바다 가운데 떠있는 섬처럼 보이며 섬 꼭대기에 있는 수도원에 켜진 찬란한 불빛이 강에 비친 광경은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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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셀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가까이 가면 근육질의 남성이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심해 섬이었다가 어느새 육지로 변하는등 변화무쌍한 모습이다. 3년동안 경비를 저축해 몽생미셀에 왔다는 일본 관광객 여성 3명이 수도원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몽생미셀이 일반적으로 그룹 관광코스에서 빠져 있는 이유는 이곳까지 가는 경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당일치기 관광버스를 이용할 경우 400달러 정도며 왕복이 8시간이나 걸린다. 프랑스 서해안 끝에 있는 몽생미셀은 크리스찬의 성지순례 동경 대상이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제방이 없었기 때문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물속을 한 시간 정도 걸어야 했다. 그런데 이곳으로 가는 길은 가운데만 딱딱한 모래고 양쪽은 발이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뻘흙으로 되어 있어 갑자기 밀물을 만난 순례자들이 빠져 죽는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지금도 길옆으로 내려가지 말라는 주의 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몽생미셀(Mont Saint Michel)은 ‘성 미카엘 무덤’이라는 뜻으로 708년 오베르 주교가 신의 계시를 받고 짓기 시작한 이래 500년 동안 건축이 계속 되었으며 영국과의 100년 전쟁 때는 요새로 쓰였고 프랑스 혁명 때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빅터 유고 등 문인들이 몽생미셀의 감옥 사용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 1863년 다시 수도원으로 복귀해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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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몽생미셀은 로맨틱하고 우아하기 그지없다>

몽생미셀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그마한 식당이 있다. 입구에 있는‘풀라’(Poulard)라는 레스토랑인데 이곳 오믈렛이 맛있기로 소문나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며 예약을 하기 전에는 자리를 얻을 수가 없다. 그러나 2층에 있는 ‘풀라’ 호텔에 머물 경우에는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에 기자도 식당을 구경하기 위해 할 수 없이 ‘풀라’ 호텔에 머물렀다. 메뉴가 오믈렛으로 되어 있어 값이 쌀 줄 알았는데 와인 2잔을 겸한 저녁 값이 120달러나 돼 좀 놀랐다. 웨이터가 프랑스말로 뭐라고 말하기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했더니 4코스로 된 오믈렛 정식이 나오는 바람에 계산이 올라간 것이다.
이 레스토랑은 1888년 자넷 풀라라는 여인이 시작한 것으로 지금은 과자까지 만들어 몽생미셀의 기념품처럼 되어 있다. 신기한 것은 식당 부엌에서 빨간 유니폼을 입은 남자와 여자가 ‘쿵짜짜 쿵짝’하는 박자에 맞추어 달걀반죽을 하는데 한국의 뽕짝노래 박자와 너무나 흡사해 웃음이 나온다. ‘풀라’ 레스토랑의 실내 벽은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서 식사하는 사진들로 꽉 차 있는데 영국 왕 에드워드 7세, 드골, 주은래, 피카소, 어네스트 헤밍웨이, 크리스찬 디올 등 역사적인 인물들로 차 있어 우아하게 꾸며진 내부 자체가 하나의 관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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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골목길에는 선물점과 식당들이 꽉 차있다>

오전에는 항상 안개가 자욱하고 낮에 번개 치고 비 오다가 저녁에는 개이면서 무지개가 서는 몽생미셀. 날씨가 화창하면 천사의 모습이지만 비가 올 때는 괴물처럼 보이는 수도원 건물, 멀리서 보면 신비하고 가까이 가면 신비감이 없어지는 곳 - 그곳이 바로 몽생미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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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셀의 명물 ‘풀라’ 레스토랑. 오믈렛으로 유명하다>

<이 철 /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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