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일과 노라는 백년을 기약하면서 두 사람의 꿈은 너무나 부풀어 있었습니다. 용일은 결혼을 위해 아파트를 준비하였고 노라는 새 아파트에 맞는 세간도 알아 놓았습니다.
그렇게 희망이 부풀어 결혼 준비를 하던 때 노라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를 하여 회사의 문을 닫았습니다. 그 충격으로 노라의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용일은 노라의 손을 잡고 아픈 고백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보여 주었던 새 아파트는 사실은 자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노라도 사실 새 아파트에 가져갈 혼수품을 살수 없는 형편이었기에 그 말에 그렇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둘은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용일의 월급이 결혼 전에 이야기 하던 것과는 너무 작았습니다. 그래도 노라는 신혼 기분에 기쁘게 살았습니다.
노라의 아버지도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사업도 잘 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이상하지요, 친정집이 어려울 때는 그저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았는데 친정집이 좋아지면서 자기의 모습이 왜 그리도 초라해지는지요. 결혼 전 아파트를 보여주고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해준다던 남편의 말이 전부 상처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렇게 사랑스럽던 남편이 그렇게 미워집니다. 결국 노라는 속상한 마음 억울한 마음을 친정어머니께 말했습니다. 아픔을 이야기하는 노라의 볼에서 아픈 눈물이 흘러내리고 이야기를 듣는 노라의 어머니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어머니, 딸에게 숨겨놓았던 비밀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사실은 이 서방이 아무 말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는 털어 놓아야겠구나. 노라의 어머니가 해준 말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용일은 혼수용품을 해올 형편이 못되는 미라의 마음이 상할까봐 아파트를 팔아 미라의 아버지의 빚을 갚는데 보태었고 용일의 매달 월급의 적지 않은 돈도 노라 아버지의 병원비로 썼던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노라의 눈에서 눈물이 얼굴을 적십니다. 그때의 눈물은 조금 전 어머니가 흘렸던 감동의 눈물이었습니다. 미움과 실망의 눈물이 감동의 눈물로 바뀐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큰 부자는 아니어도 불신과 불만은 존재하지 않고 사랑과 신뢰만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조카 부부의 아름다운 삶을 지켜보면서 젊은 사람들의 인생관이 훌륭하구나 생각했다. 옆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을 때 진정한 행복이 온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 주님의 은총이 그들 부부에게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
이동희 <베데스다,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