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슬람의 배교자

2007-04-01 (일) 12:00:00
크게 작게

▶ 남선우 칼럼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배교자’(Infidel)란 자서전이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 셀러 목록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다. 아얀 허시 알리 라는 소말리아 출신의 전 화란 국회의원이 저자다. 회교도 집안에서 자라난 허시 알리 여사는 집안끼리의 중매로 남편 될 사람을 만나지도 못한 채 캐나다로 시집오던 중 독일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화란 땅에 피난민으로 도착한다. 허드렛일을 하면서 화란어를 습득하여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니까 입지전적인 여성임에 틀림없다. 2001년 9월11일 사변 이후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의 서방세계에 대한 선전포고에 경악하여 이슬람의 경전 코란을 반신반의하면서 살피게 된 결과 빈 라덴의 사상, 또는 인용문구가 코란에 그대로 담겨있다고 결론 내린다.
그래서 자기는 알라 신과 선지자 모하메드를 버리고 세속인본주의자가 되었다는 자서전을 쓴 것이다. 그 책에서 모하메드를 (성적)도착자라고 불렀다니 그의 목에 현상금이 걸릴 정도로 회교도 정통파나 골수분자들의 미움을 사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허시 알리는 이슬람교 여성들이 남편들로부터 학대 받는 것에 대한 각본을 써서 11분짜리 영화를 만든 바 있는데 그 영화의 화란인 감독은 목이 잘린 채 살해를 당했고 살인범은 허시 알리의 이름으로 “다음번은 네 차례”라는 메모를 피해자 가슴에 꽂아 놓았다. 이슬람 과격분자들만 아니라 온건파들도 분개해하는 이유는 ‘차도르’다 ‘부르카’다 해서 온 몸을 가리는 이슬람 여인들이 그 영화에서는 벌거벗은 채 등장하는 것에 더해 그들의 몸 위로 코란의 구절들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란다.
화란과 유럽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허시 알리의 언동은 결국 그 여자 자신도 화란에 낸 난민 신청서에 허위사실들을 기재했었다는 폭로로 이어졌다. 그 결과 화란 정부에서 그 여자의 시민권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한바탕 소동 끝에 그가 국회의원직을 사직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고 그는 화란 경호원들과 함께 워싱턴 소재 보수진영 싱크탱크 중 하나인 미국 기업연구소에 초청되어 근무 중이다.
그의 ‘배교자’는 왜 논란의 대상인가? “(이슬람)여자는 신앙심 깊은 노예에 불과하다… 그는 결코 불평하지도, 아무런 요구를 하지도 않는다… 만약 남편이 잔인하여 그를 강간하고서 그 점에 대해 그를 조롱하더라도, 또 딴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여도, 또 그를 몹시 때린다 해도 그는 눈을 내리깔고 눈물을 감추어야 한다… 그는… 잘 훈련된 노동동물이다”라는 구절 등 그가 이슬람을 배척하는 이유가 적나라하게 적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허시 알리 여사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그가 이슬람 종교에 대한 폭로전에 앞장선 이유를 자기가 그렇게 할 때 순진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성적인, 혹은 결혼생활상의 범죄로 집안에 불명예를 가져왔다고 해서 여자를 주로 죽이는) 명예살인이 줄어들 것이며 그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어린 소녀들이 생식기 할례를 당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대한 공격은 이슬람의 비주류 광신도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슬람의 중심부에 의한 것이라는 게 허시 알리의 주장이다. 그와 같은 테러 행위는 “좌절감, 가난, 식민주의, 또는 이스라엘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하늘로 직행할 수 있다는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라고 그는 역설한다. 캐톨릭 교회와 전제군주가 한 통속이 되어 가능했던 중세기의 암흑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계몽시대를 가져온 볼테르, 존 록, 존 스튜어트 밀 등의 역할을 21세기 이슬람 전제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자신의 노력에 적용시킬 정도의 자부심과 지적인 교만마저 지닌 그를 보는 시각은 이슬람 체제에 정면도전하는 여장부에서 반 이슬람 정서에 편승하여 출세하려는 기회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종교의 이름으로 테러 살상행위를 조장한다든지, 여성을 차별, 억압하는 태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는 점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