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내려놓을 수 있나? / 여성의 창, 안혜승 (작곡가)
2007-03-07 (수) 12:00:00
한 어린아이가 양 손에 만족스럽게 장난감을 쥐고 놀다가 눈 앞의 무엇인가를 바라본다. 눈 앞에는 이제까지 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새로운 장난감이 놓여있다. 갖고 싶은 생각에 덥석 집으려다 자신의 양 손이 이미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두 손을, 그 양쪽 손이 쥐고 있는 장난감을 번갈아 본다. 큰 일이다. 뜻하지 않았던 고민의 시간이 온 것이다. 눈 앞의 새 물건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 적어도 하나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것을 내려놓을 것인가? 하나만 내려놓아야 하나, 아니면 둘 다 내려놓아야 할까?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삶의 방식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꼭 그 어느것을 포기하지 않고도 다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런일은 많지도 쉽지도 않다. 다시 앞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보통의 경우, 아이는 새 물건을 만져보고 싶은 욕구에 의해 양 손의 것들 중 적어도 하나는 ? 다시 그것을 찾는 한이 있어도 ? 내려놓게 된다. 양 손을 사용하여 새 장난감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기 위해서는 둘을 다 포기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것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지만 만일 아이가 눈 앞의 새로운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계속 만족할 수 있다면 그 새로운 것을 포기할 수도 있겠다. 여하간에 어느 것 하나는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이에게는 이 고민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우선 한 손의 장난감을 내려놓고 새 것을 집어든다. 그 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겨우 내려놓은 자신의 소중한 장난감을 잡아 채가는 한 손이 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그냥 무작정 울기 시작하여 그 장난감을 놓고 싸우며,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혼자서 다 가질수도 없었지만 이제 나누기까지 해야 하는 대혼란을 겪는다. 아이에게는 폭풍과도 같은 일들이 다 지난 후, 결국 그 아이는 자신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다 내려놓고 나와야 했다. 그곳은 자신의 집이 아닌 놀이방이었고 그 물건들은 자기만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변화도 없이 아주 고요하고 평온하게 살아갈 자신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사람에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찾아오고 고쳐나가야 할 것들이 생기며 두 가지, 세 가지를 한꺼번에 가질 수 없는 때가 온다. 정말 힘들더라도,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모두 다 내려놓아야 할 때를 생각하면서 지금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하나씩 내려놓아 본다면 좀 더 지혜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