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nglish for the Soul/영어로 배우는 삶의 지혜0

2007-02-16 (금) 12:00:00
크게 작게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색즉시공/공즉시색

----------------------------------
Form is emptiness
and the very emptiness is form.
색즉시공 [色卽是空]
공즉시색 [空卽是色]
----------------------------------


불교의 모든 지혜를 단 여덟 글자로 축약한 말입니다.
팔만 사천 법문을 단 260[?]자로 정리한 반야심경은
영어권에서도 ‘Heart Sutra’ [하~트 수트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반드시 불자가 아니더라도 그리스/로마
신화나 셰익스피어 알듯 ‘하트수트라’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소위 문화인입니다. 그 ‘하트수트라’의 정수가
바로 다름아닌 이 여덟 글자 ‘색즉시공/공즉시색’입니다.

얼핏 애매해 보이는 한자말이 영어로 표현되는 순간
뜻이 갑자기 선명해 집니다. 형태가 비었고 또 비어있음도
형태로구나! 물질은 원래 텅 빈 것일진대 그 텅 비었다
함도 하나의 물질이로고! 모양이 비었으니 빔도 곧 모양일세!
’색즉시공/공즉시색’이 한결 쉬워집니다.

굳이 최첨단 양자물리학까지 거들진 않더라도, 물질의
최소단위는 더 이상 관찰될 수 없는 ‘텅 빔’이란 사실을
이젠 초등학생들까지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그 ‘텅 빔’
속에서 다만 관찰자의 관찰의지가 뭔가를 본다는 신비한
현상까지도 이젠 상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
Form is emptiness
and the very emptiness is form.
색즉시공 [色卽是空]
공즉시색 [空卽是色]
----------------------------------

이 세상은 바로 허공입니다. 비어있는 하늘이 우주에서
보면 가득 차 있습니다. 지구 밖에서 보면 사람이 하늘로
떨어지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 발이 땅에 붙어 있다는 게
곧 기적입니다. 중력 운운 하면 싱거워 집니다. 진짜 그림을
본다면 사람이 하늘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구름 잡는’ 소리라 합니다. 탁상공론이요 형이상학이라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빈 소리와 헛된 담론들이 바로
코 앞의 다급한 과제로 다가온 시대에 살고 있는 게 21세기의
우리들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코로
냄새 맡을 수 없고 혀로 맛 볼 수 없는, 살갗으로 느낄 수
없고 의식으로도 감지할 수 없는 ‘그 실체’가 바로
’공[空]’임을 깨닫는 이들이 대다수로 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空]’마저 또 다른 ‘form’이며 나아가 그것마저 비었음도
널리 아는 게 요즘 사람들입니다.

인생은 결국 허무합니다. 공수래공수거,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갑니다. 그 사이에 몹시 번거롭게 분주합니다.
하지만 결국 온 곳으로 ‘돌아’ 갑니다. 이번 삶의 전과 후는
불가지론이라 하더라도, 이 번 삶도 깨어나고 보면 또 한 번의
일장춘몽입니다. ‘공[空]’입니다.


그런데 그 ‘공[空]’에 빠져 버리면 그것도 하나의 ‘색[色]’이
됩니다. 공을 깨달았지만... 또 하나의 모양인 그 ‘공[空]’에
빠져 또 ‘색[色]’놀음을 시작하는 겁니다. 결국 그게 그거죠.
노리개만 바뀌었을 뿐. 공이던 색이던 빠지면 지옥입니다.

----------------------------------
Form is emptiness
and the very emptiness is form.
색즉시공 [色卽是空]
공즉시색 [空卽是色]
----------------------------------

여기 신비가 까비르 [Kabir]의 시가 있습니다.

그대여/지금의 이 삶 속에서 그를 찾으라/
진정한 자유는/이 삶 속에 있나니/이 삶을 통하여/
그를 이해하라/등뼈가 휘도록/힘차게 살아보지도 않고/
죽음 이후의 구원을 바래서/무얼 하겠는가/

영혼만이 그와 연결되어 있다는/그대 생각은/
부질없는 꿈/그는 지금/이 육체 속을 지나가고 있나니...

색즉시공 [色卽是空] 공즉시색 [空卽是色]!
삶의 덧없음을 뼈저리게 사무쳐 하되, 그 허무감에 빠지지 말고
’등뼈가 휘도록’ 힘차게 사는 중도[中道]의 지혜가 바로 이
여덟 글자의 참뜻입니다. 세상 속에서 살되 세상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경지 - in the world but not of the world. 바로 그
경지가 색즉시공/공즉시색입니다.

Remember!
Form is empty; yet, the very emptiness IS form.
기억합시다. 모양은 비었지만, 바로 그 ‘공[空]’도 다름아닌
하나의 ‘색[色]’임을!
OM~
------------------------------------------------------------

필자의 다른 ‘가슴 여는’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로 배우는 삶의 지혜]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