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칼럼
▶ 문무일 /신뢰회복연합조직위원회 위원장
미국에 살면 미국식(American way)으로 살아야 하지만 한국식(Korean way)을 접고 살 순 없다. 미국식만 강조하면 정이 없어 보이고 박절하게 보인다든지 이중문화의 고충이 상당하다.
이민생활에 있어 뚜렷한 공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민자마다 겪어야 할 코스가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이민정착을 위해 그만한 대가(?)를 치루어야만 비로소 생활의 궤도를 잡는다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 이민생활을 ‘한권의 소설책’으로 비유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옛 말에 집 나서면 고생이라고 했다. ‘마음고생’ 없이 버티기 힘들기에 이민자의 삶이 벅찬 것이다. 미국식을 외면하며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한국식 을 제쳐놓고 살자니 자기원형의 상실감에서 오는 위기의식으로 허전할 수밖에 없다. 복합문화를 안고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스런 일이지만 수시로 겪게 되는 좌절의 정서는 고통이면서 마음고생이다. 이민생활의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기에 마음 놓고 살기 어렵고 소중해야할 인간관계에 기복이 심한 게 탈이다.
정신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 카다르시스(Catharsis)가 필요하다. 정신해소, 마음의 순화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가장 가까운 곳을 향해 발산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언제나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민사회에서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나 반목이 자주 불거지는 것은 흔히 말하는 개인의 근성에 연유한다기보다 감정의 장애를 다스리기 힘든 이민 환경 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찰이나 대립 등 고르지 못한 인간관계를 개탄하기보다는 문화의 압박에서 파생되는 일과성 현상으로 이해하는 게 편할 것이다.
미국에 정착한 여러 민족들은 나름대로 집단적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민역사는 짧지만 미주한인들이 지니고 있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은 타민족의 자긍심을 능가한다. 어지간해서는 지치질 않고, 두려움을 모른다.
거기다 사광이 있고, 인정이 넘치고 눈물도 많다. 끈끈한 정이 흐르고 화끈한 기질 또한 유별나다. 나보다는 ‘우리’를 앞세우다보니 정신적 유대가 깊다. 한인끼리 맺어지는 인연마다 가족적 정분을 나누지만 때로는 의견이 엇갈리고, 이해관계로 부대낀다. 마음 다치는 일도 많다. 하루아침에 원수처럼 갈라서고 어느 한순간 다정한 친구로 돌아오는 호방한 기질은 어느 민족도 흉내 내질 못한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면서 머나먼 타국에서 어쩌다 마주친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가.
작은 일을 크게 보면 큰일이 되지만 큰 일을 작게 보면 작은 일이 되고 만다. 이웃아픔 내가 알면 나의 아픔 이웃이 안다 했지 않던가.
마음고생을 담아내는 그릇이 커야 한다. 사랑 없이는 ‘마음그릇’을 키울 수 없다.
문무일 /신뢰회복연합조직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