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oliday(休日)와Holyday(聖日)

2006-12-1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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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성탄절이 되어 카드를 사려고 가게에 가면 두 종류의 카드가 눈에 띤다. 하나는 “Happy Holiday”라고 쓴 카드가 있는가 하면, ‘Merry Christmas’라고 하는 카드가 있다.
Holiday나 holyday나 들을 때 큰 차이도 없고, 그리고 단어 자체가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단 하나의 차이라고 하면 Holiday의 i와 holyday의 y가 다를 뿐이다. 휴일을 말하는 Holiday는 ‘나(I)’ 중심의 사고와 삶의 태도가 담겨 있는 말이라고 개인적으로 해석을 내리고 싶다. 그리고 성일이라고 하는 Holyday는 ‘당신(You)’ 중심의 사고와 삶의 자세를 담고 있다.
사람은 자기중심의 사람이 있고, 타인 중심의 사람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사람으로서 사람됨의 원리는 자기중심의 삶보다는 다른 사람 중심의 삶을 살았을 때 더 커다란 평가를 받게 된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제일 첫 번째 계선편의 첫 교훈은 착한 일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을 내리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화를 내린다(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爲禍)는 말이 있다. 유대인의 탈무드에서는 “선행에 문을 닫는 자는 다음에는 의사를 위하여 문을 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선행을 해서 돈을 쓰지 않다면, 언제라도 다른 곳에 그 쓰지 않은 돈이 지출될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 이민자들은 특히 성탄의 기쁨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 예수님께서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 눌린 자들을 자유케 하려고 오셨다. 이민자들을 분류할 때 어떤 서류에서는 “이방인”(Alien)으로 기재할 때가 있다. Alien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뜻은 다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이민 서류에 있어서 이민자 이든 이방인이든 Alien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적인 처지를 감안한다면 우리는 더욱 더 마음속에 자유와 기쁨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나름대로 힘들고, 어렵고,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우리 이민자의 모습일 수 있다. 나 또한 힘들지만 우리 주위에 또 다른 힘든 사람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힘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무관심하기 보다는 나같이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마음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 혼자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Holiday의 사고방식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적인 Holyday의 사고를 갖고 있을 때 더 위로받고, 이해하고, 화합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성탄절은 단순히 Holiday가 아니다. 성탄절은 Holyday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태어나신 이유는 자기보다는 남을 위해 살려고 오신 것이다.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그를 따르는 사람들, 특히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오신 목적을 분명히 가르치셨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태복음 20:28). 많은 사람의 대속물이라는 뜻은 많은 사람을 위해서 자기 몸을 희생한다는 뜻이다. 성탄이 거룩한 날(Holyday)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비록 한 시간이 아쉽도록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라 할지라도 성탄절을 맞이하고, 한 해를 보내는 이때에 나(I) 외에 내 이웃과 친척, 그리고 관계된 사람들에게 작은 사랑의 정성을 보내는 그런 의미 있는 성탄절, 말 그대로 Holyday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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