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데모는 잘하는데 통일은 못하는 나라

2006-11-2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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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

▶ 정상대 <한양대 워싱턴 동문회장>

현대의 정치는 통치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나이 드신 어른이 6.25 전쟁 때 전주 부근 익산에서 일어난 얘기를 여러 명이 있는 식당에서 들려주었다. 북한 건국자 김일성의 본관은 전주 김씨이다. 전북 익산에 그의 할아버지 산소가 있다. 6.25 남침 지령 때 절대 전주 부근은 공격치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지금도 김씨 가족묘를 잘 관리해오는 후손들이 있다는 얘기다.
유교사상에서 내려오는 두 종류의 효자가 있다. 하나는 부모 생존시 봉양을 잘 한 사람이다. 둘째는 생전에는 불효자였는데 사별 후 벌초, 비석 등 산소 관리를 잘 하고 명절 때 등 자주 찾아가 인사드리면 사후 효자라는 것이다. 나도 고향 뒷산에 수십 명의 조상 산소가 있고, 어릴 때 위의 얘기를 수십 번 듣고 자랐다. 나의 뿌리를 찾고 가훈을 지키며 선조들의 후덕을 기리는 일은 나쁜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각설하고, 데모 이야기다. 금년 여름 이곳 워싱턴에 FTA 반대 데모대가 민주노동당 의원을 포함, 수십 명이 왔었다. 백악관 주위를 지나 의사당 입구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말을 탄 경찰들의 엄격한 통제에 서울에서 했던 데모꾼들의 전투적 시위 모습은 이곳에서는 한번도 보여주지 못했다. 덩치 큰 경찰에다 말이 안 통하니 경찰저지선을 통과할 방법이 없었다.
근세 데모의 유래는 110년 전 구한말 갑오경장, 동학혁명이 아닌가 추측한다. 그러나 8.15 해방 후 지금까지 남한은 데모 전성기였다고 기록될 것이다. 세계에서 노동단체, NGO를 포함, 가장 데모 자주 하고 많이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민주화 정부 때부터 NGO 단체(노동단체 포함)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혈세를 받아 데모하는데 도와준다는 말이다. 그러니 데모꾼이 있고, 데모 주동자는 직업이 데모하는 것이다. 데모 주동자의 얼굴이 데모하는 곳마다, 같은 얼굴이 이곳저곳에 나와 선동하는 것이다.
사람은 귀가 약한 동물이다. 직업이 없으면 남의 얘기가 솔깃하기 마련이다. 밥 사주고, 술 사준다는데 젊은 혈기에 따라가기 쉬울 것이다. 안 되는 것도 계속 반복하면 몸에 배게 되어 세뇌운동이구나, 군생활을 통해 나도 경험해보았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2년 후인 2008년 북경 올림픽 준비에 정신이 없다고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포기치 않으면 미국이 올림픽에 불참하는 얘기를 체니 부통령이 2달 전 꺼냈다. 북한의 큰집인 덩치 큰 중국 정부도 기름, 식량 운조를 대폭 줄여버렸다. 바깥에 있는 나라와 주고받는 것이 간단히 외교(外交)의 뜻이다. 천연자원, 우수한 생산품을 교환할 것이 없으니 받으려고만 해온 것이 북한 외교라 한다. 소위 벼랑 끝 외교인데 자기들은 세계에서 외교협상술이 최고라고 떠들고 자랑하는 소리를 듣는다.
무능한 지도자 밑에서 당 간부 등 200만을 제외한 약 2,000만 북한 동포들이 하루 두 끼 식사로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한다니 남의 일 같지 않고 안타까울 뿐이다.
정상대 <한양대 워싱턴 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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