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자료와 통계는 문명사회의 척도로 불린다. 미국에서는 매 10년마다 센서스를 해서 각종 통계를 내고 또 정부기관이나 사업하는 사람들이 센서스를 토대로 해서 사업계획을 세운다. 한인사회는 한인동포들을 통계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한국처럼 주민등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제 맘대로 이사를 다니고, 왔다 갔다 하면서 신고할 필요가 없으니 정확하게 한인동포의 인구수를 추계라도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인사회 초창기 한인인구를 추정하는 방법은 한인주소록 제작에서 찾아볼 수가 있었다. 한인 주소록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화번호부를 놓고 한인들이 사용하는 성씨를 추려서 전화를 해서 확인하는 방법이 초기에 사용한 보편적 방법이다.
1983년 본인이 처음 볼티모어지역 한인주소록 제작의 책임을 맡고 작업을 할 때는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서 지역 전화번호부에서 한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일일이 전화를 해서 확인하는 방법과 각 교회와 단체의 주소록을 입수해서 취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한인들이 성씨를 표기하는 방법들이 제각각이라서 한인들의 성씨를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컴퓨터발달이 덜 되어 한글알파벳에 의한 정렬이 잘 안 되어 가나다순으로 이름을 정렬시키는 데도 많은 애를 먹었다. 중국인이나 미국인도 Lee 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미국인은 남북전쟁 때 유명한 Lee 장군이 있고, 중국인 Lee 씨는 한국사람들 만큼이나 많은 것 같다) 전화를 해서 확인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교회주소록도 믿기가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다. 그래도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교회이기 때문에 교회주소록을 많이 이용했는데 역시 전화를 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사람이 이곳저곳 이사를 다닌 것인지 혹시 동명이인인지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 교회, 저 교회를 옮겨 다니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막상 많은 교회에서 한번 교회에 다녀간 사람들을 혹시라도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몇 년이 지나도 교인명단에서 지우지 못하고 남겨놓는 경우도 많았다.
이후에 몇 년간의 경험으로 얻은 결론이지만 한인들의 30-40% 정도가 1년 안에 변동이 생긴다. 요즘은 전화번호부도 CD 로 제작이 되어 나오고, 또 인터넷을 통해서 각종자료를 검색한다든가 한글컴퓨터가 발달되어 각종 정보에서 한인들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용이해졌지만 그래도 아직도 한인들을 찾아내서 정확한 정보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국에서는 단체에 가입한 회원, 그것도 매년 회비를 내고 참여하는 회원이 있어야 제대로 된 단체라고 인정을 받을 수가 있다. 한인단체들처럼 “어느 지역에 있는 한인들은 모두 내 회원이다” 이렇게 해가지고는 명목적인 단체일 뿐이다. 실제로 그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입회원서를 내고 회원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충실하게 이행하느냐가 그 단체의 내실을 말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한인사회의 각종 단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언적으로 회원을 규정하는 것 가지고는 부족하다. 그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또 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활동하면서 회비도 납부를 하고 행사에 참여도 하면서 자기들의 권리와 의무를 수행할 때 그 단체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한인단체들이 그런 노력들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명목상으로 껍데기만 있는 단체들이 많고 실질적으로 내실 있게 운영하면서 해가 갈수록 발전하는 단체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인단체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연락처를 유지하면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또 그들과 끊임없이 통신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종 한인단체의 주소록을 정확하게 제작하고 유지하는 일은 단순한 주소록 이상, 단체발전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노력이라고 본다.
허인욱 <볼티모어,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