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응, 병현 10승 고지 넘을까?
2006-05-24 (수) 12:00:00
서재응과 김병현이 한인 최초로 빅리그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이경기에서 서재응이 승리, 광주일고의 1년 선배로서의 체면을 세웠으나 김병현도 나름대로 호투(6이닝 3실점, 1자책), 한인 빅리거로서의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김병현과 서재응은 박찬호와 함께 한인 빅리거 선발 3인방을 이루며 한인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특히 재응, 병현 2인방은 지는 별 박찬호와는 달리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의 앞날이 창창한 뜨는 별들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시즌초 병현과 재응의 성적은 10승에 턱걸이 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선수 모두 아직 선발 투수로서 검증 받지 못했고, 병현은 팀내 제 4선발로, 재응은 제 5선발로 아직 디딤돌을 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재응, 병현의 성적을 전망해 보면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10승은 무난하리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치솟는 방어율과 5할 턱걸이의 승률이 문제이다. 방어율이 5점대를 넘어서고, 승률이 5할이하로 밑돈다면 감독진은 재응과 병현의 선발 출전을 다시한번 재고해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올시즌은 병현보다는 재응이 불안하다. 재응은 컨트롤을 주무기로하는 정통파 투수이다. 지난해 컷 패스트볼을 익혀 월드 클래식에서 호투했고, 올시즌 방어율 4.50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재응이 더 무르익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요할 것으로 보인다. 콘트롤 투수들은 그렉 매덕스가 그랬듯이 대체로 대기만성하는 형들이다. 재응은 올해보다는 내년이, 내년보다는 내후년이 더 밝은 선수다. 콘트롤 투수들은 한번 무르익기 시작하면 강속구 투수들보다도 훨씬 장수할 수 있는 요지가 많다. 강속구를 주무기를 쓰는 박찬호는 지난 4년이 보여주었듯이 메이저리그에서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서재응은 초반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타자들을 요리하는 솜씨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올시즌은 10승만 거둬도 재응로서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반면 병현은 당장에 써먹을 수 있을 만큼 기량이 만개한 선수다. 김병현의 변화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이다. 눈앞에 둔 600호 삼진 돌파가 말해주듯 김병현의 구질은 강타자들을 상대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문제는 김병현의 정신적인 면이다. 김병현은 초반에 흔들리면 그 경기는 죽쑤기 일쑤다. 침착성이 부족하고, 성급한 정면대결로 피해갈 수 있는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구질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도 문제지만 클로저 시절에 익숙해진 필요없는 용기(?)가 악재로 작용하고있다.
김병현은 정신적인 문제만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자신의 구질을 파악하고 있는 영리한 선수이다.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살려야할지 김병현 만큼 파악하고 있는 선수도 드물다. 김병현이 지난해부터 보여준 구질은 타선 지원만 얻으면 15승도 가능할만큼 위력적이었다. 김병현의 구질이라면 연봉 5백만불에 향후 5년간은 너끈히 버텨낼 수 있다. 그러나 김병현은 언더드로우라는 한계에 묶여있다. 김병현이 얼마만큼 메이저리그에서 장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당할 수 없다. 특히 김병현은 올 시즌이 선발투수로 장수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해다. 12승 이상을 올린다면 앞날은 탄탄대로다. 10승미만에 방어율이 5점 이상을 웃돈다면 콜로라도 구단은 김병현에 대한 재계약을 다시한번 재고할 것이다. 김병현은 올시즌 2승2패, 방어율 4.12 기록을 내고있으나 기록 보다는 호투하고 있다. 지난달 강호 휴스턴 전에서도 4실점했지만 강타선을 상대로 7회까지 버티며 역전승을 주도했고, 재응과의 맞대결에서도 타선지원이 없어 아깝게 패했다. 이대로만 순항한다면 12승 고지를 넘는다해도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재응, 병현은 아직까지는 아이덴티티 정립을 못하고 있다. 병현은 병현대로 화끈한 연승가도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응은 지난 9경기에서 5실점 이상 3차례, 2실점 이하 3차례를 기록하며 들쑥날쑥이다. 올시즌 위태로운 아리랑 고개를 잘 넘겨야 감독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
<이정훈 기자>